여야, 선관위 개혁안 ‘위원장+α 상근직화’ 접점…개헌·특검 등은 ‘이견’
책임성 강화 위해 선관위원장 상근화, 상임위원 확대 공감
외부 감시 위한 원포인트 개헌, 사전투표 폐지엔 입장 차
특검 두고도 신경전…국조특위는 23일부터 본격 가동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오는 23일부터 본격 가동된다. 여야는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을 선관위에 대한 감시·견제가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으로 보고, 관리 강화를 위해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데 일단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이다. 다만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을 도입하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나 일각의 사전투표제 폐지 등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분명해 내부 격론이 예상된다.
21일 여야에 따르면 국조특위 소속 의원들은 선관위법을 개정해 현재 비상근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근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현재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 중 1명을 호선으로 뽑는데 통상 대법관인 선관위원이 비상임으로 위원장을 맡았다. 실질적인 사무 업무는 사무총장이 주도하고 선관위원장은 사후 보고를 받는데, 이로 인해 책임 없는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터져나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투표용지 인쇄 매수 축소 지침’도 사무총장 전결로 결정됐다.
이에 더해 여야는 다른 비상임 위원도 상근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는 분위기다. 위원회에 상임위원을 늘려 위원회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현재는 9명 중 대통령이 임명한 1명만 상임위원이며 위원장을 포함한 나머지 8명은 비상임이다. 국조특위 소속 한 의원은 “상근화된 위원회가 내부 기강을 잡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선관위의 심각한 기강 해이가 드러나면서 선관위에 대한 외부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게 국조특위의 판단이다. 선관위는 이전부터 특혜 채용 논란,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전국 선거가 있을 때 휴직자 증가 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까지 자정 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같은 구태를 반복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야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 선관위를 포함하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독립적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 외부 통제는 결국 개헌을 통해 근거를 마련해야 하며, 선관위원을 9명(대통령 3명 임명·국회 3명 선출·대법원장 3명 지명)으로 구성하도록 한 내용도 개헌을 통해 수정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관위 개혁 논의가 개헌으로 넘어가면 모든 이슈가 개헌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국민의힘은 한번 단계적 개헌의 문이 열리면, 그때부터는 여권이 수시로 헌법을 고치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투·개표 관리를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실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지만, 국민의힘은 이 또한 완강하게 반대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안부 장관과 정당에 소속된 지자체장이 투·개표 업무를 맡는 것이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 전담 감독 기구 신설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선관위 개혁 문제와 맞물려 강경 보수층에서 신뢰성을 지속 의심해온 사전투표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윤영석·김상훈·김성원·김정재·송언석·신동욱 등 당 소속 의원 25명의 서명을 받아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를 이틀로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동참했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사전투표 폐지 입장에 대해 소위 ‘아스팔트 극우’의 부정선거론에 편승하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사전투표가 참정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를 잡았고, 투표율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용지가 부족해 참정권이 침해된 일을 따지는 자리에서, 정작 국민이 투표할 기회 그 자체를 줄이자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사전투표 폐지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국조 이후 특검 수사를 하는 데 대해서도 여야 간 이견이 선명하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 더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선관위뿐 아니라 행안부, 경찰 등 관련 기관의 대응 과정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필요하면 특검도 검토할 수는 있으나 우선순위는 아니며, 국민의힘이 국조 전에 특검부터 거론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