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고통, 의사의 고충… 한자리서 터놓고 쏟아냈다
부산서 ‘지역의료 혁신 토론회’
시민-전공의 공동 건의안 채택
현장에서 복지부 2차관에 전달
지역의료 혁신을 위한 의료혁신위원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공동 토론회가 20일 부산 파란시티병원에서 열렸다. 오금아 기자
시민은 본인이 느낀 지역의료 현실을 풀어놓고, 의사는 인력 부족으로 휴식시간 없이 혼자 당직서는 고충을 토로했다. 의료 서비스 이용자와 공급자가 모여 지역의료를 살릴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부산에서 마련됐다.
보건복지부와 의료혁신위원회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공동으로 지난 20일 부산진구 파란시티병원 13층 컨퍼런스룸에서 지역의료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역의료의 두 목소리: 환자의 아픔, 의사의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토론회는 지역 순회 여섯 번째 행사이다.
2026년을 기준으로 부산은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 4개소, 종합병원 26개소, 병원 140개소 등 총 6959개소의 의료기관이 있다. 의료기관 숫자는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시민들이 생활권 내에서 필수의료 진료를 받는 데 있어 체감하는 공백은 컸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첫째 아이 때는 기장군에서 분만을 할 수 있었는데, 둘째 때는 지역에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가 없어 금정구까지 가는 상황을 겪었다”라고 밝혔다. 다른 시민은 “아이가 안과적으로 문제가 생겨 부산 상급종합병원에 갔으나 대기가 너무 길고, 소아 검사에서 어려운 점이 많아서 결국 서울까지 갔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지역·필수의료 선택을 막는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부산백병원 박주은 소아외과 교수는 외과 전공의 시절 4명 중 2명이 사직하는 것을 지켜봤다. 소위 ‘기피과’의 전공의 이탈은 남은 의료진의 업무 증가와 지역·필수·응급 의료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타과 협진이나 중환자실·수술실·전원체계 등 배후 의료기반 부족 △필수의료 수가의 비용 반영 부족 △법적 책임 △지역 전문의 일자리와 경력 경로 부족 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지역대 출신으로 서울에서 수련 중인 한 전공의는 환자의 수도권 병원 쏠림으로 인해 지역에서 다양한 케이스 경험이 어려워지는 것도 ‘탈 지역’을 선택하는 한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우리가 지역에 계속 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주제로 시민과 전공의들이 함께 토론했다. 그 결과물로 만든 공동 건의안에는 응급의료체계의 확실한 구축,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망 강화, 전공의 수련 뒤 전문의가 되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지역 명의 알리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공동 건의안은 현장에서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과 정기현 의료혁신위원장에게 전달됐다. 공동 건의안은 내달 4일과 5일 열리는 ‘지역·필수의료 소생을 위한 공론화’ 합숙 토론 등에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