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은 화면이 아니라 ‘자산’에서 시작됩니다”[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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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DB증권 이주식 디지털자산 사업팀장

은행·인터넷은행·보험사 거친 자산 전문가
항공기 엔진 수익증권 설계로 업계서 주목
토큰증권 핵심 가치는 ‘플랫폼보다 ‘자산’
자산 고를 때 수익률보다는 ‘투자자 보호’
“부산은 물류·항만 등 실물 자산의 보고”

비온미디어 심준식 대표와 DB증권 이주식 디지털자산 사업팀장(왼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온미디어 제공 비온미디어 심준식 대표와 DB증권 이주식 디지털자산 사업팀장(왼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온미디어 제공

[편집자 주]‘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는 블록체인 전문 매체 비온미디어 심준식 대표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리더들과 나누는 심층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 미래 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부산이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모색합니다.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 창밖으로 북항이 펼쳐진 이곳에서 만난 이주식 DB증권 디지털자산 사업팀장은 토큰증권(STO) 이야기를 꺼내자, 화면도 코인도 아닌 창밖을 가리켰다.

“저 항만, 저 물류센터, 저 설비가 다 자산입니다. 우리 일은 멋진 앱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저 자산을 투자자가 믿고 살 증권으로 빚어내는 겁니다.”

토큰증권을 말하는 사람은 대개 ‘플랫폼’을 말한다. 어떤 화면에서 어떻게 거래하게 할 것인가. 그런데 그의 첫마디는 ‘자산’이었다. 이 작은 차이가 그가 걸어온 길과 DB증권의 전략을 모두 설명한다.

이 팀장의 이력엔 한국 금융의 디지털화 길목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신한은행 기업여신을 시작으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하나손해보험을 거쳤다. “은행에선 담보와 신탁을, 인터넷은행에선 기술과 금융의 결합을, 보험사에선 남들이 잘 안 보는 비정형 자산을 배웠어요.” 서로 다른 세 조각이 STO에서 하나로 맞춰졌다. 토큰증권은 결국 ‘어떤 실물을 어떻게 증권으로 담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계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건 항공기 엔진이었다. 항공기 엔진을 신탁에 담아 수익증권으로 발행하는 모델을 설계해, 2024년 토큰증권 발행 분야에서 유일하게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 지정을 받았다. 또한 동년도에 해당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위원장 표창을 개인으로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전례 없는 길을 숱하게 깨지며 갔지만, 그가 꼽은 가장 큰 자산은 뜻밖에도 ‘소통’이었다. “여러 기관이 얽힌 컨소시엄에서 합의점을 찾는 일이 제일 어렵고 중요했어요. 사람을 설득하지 못 하면 아무리 좋은 구조도 세상에 못 나옵니다.”

수많은 증권사가 STO에 뛰어든 지금, DB증권의 무기를 묻자, 그의 답은 분명했다. “다들 거래소·플랫폼을 짓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안 갑니다. 쓸 만한 기초자산을 찾고, 금융 구조를 설계하고, 주무 부처를 설득해 상품을 완성하는 ‘주관사’의 일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산을 고를 때 수익률부터 보지 않는다. “제일 먼저 보는 건 투자자 보호예요. 쪼개 판 뒤에도 투자자가 다치지 않을 자산인가. 화려한 수익률은 그다음입니다.”

그의 시선은 부산으로 향한다. 지난 5월 DB증권은 과기정통부·한국인터넷진흥원이 추진하고 부산시·부산테크노파크가 수행하는 블록체인 특화 클러스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부산 물류센터 설비에서 나오는 탄소감축 수익권을 부산 기업 마리나체인의 데이터와 묶어 조각투자 상품으로 만드는 실증사업이다. “탄소감축사업에 해당되는 우량 친환경 설비에 투자하는 상품이에요. 부산이 디지털 금융과 친환경 도시로 거듭나는 상징이 되길 바랍니다.”

DB증권이 서울 본사가 아닌 부산 BIFC에 거점을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양수도 부산은 물류·항만·에너지가 모인 실물 자산의 보고예요. 토큰화할 거리가 가장 많은 도시, 우리에겐 기초자산을 캐는 전진 기지입니다.”

국회 STO 법안 실무에도 참여한 그는 제도에 꼭 필요한 한 가지로 ‘신탁의 명확성’을 들었다. “비금전신탁 제도화가 먼저 자리를 잡아야 토큰화할 자산의 폭이 넓어집니다.”

장외거래소 인가 지연 우려엔 담담했다. “시장의 시계는 빠릅니다. 다만 진짜 상품이 안착하려면 인프라를 다질 시간이 필요할 뿐, 지금이 오히려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할 말을 물었다. “토큰증권은 결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진화하는 과정입니다. 자산이 존재하는 현장에서부터 하나씩, 눈에 보이는 성과로 증명해 나가겠습니다.”

토큰증권 시장은 이제 막 닻을 올렸다. 어떤 이는 기술로, 어떤 이는 규제로 이 시장을 정의하려 한다. 그는 자산 현장에서 하나씩 성과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답하고 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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