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맞불 공방… 불완전 MOU에 위태로운 종전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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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존재 않게 될 것"
이란, 미국 먼저 휴전 위반 주장
모호한 MOU 조항이 갈등 뇌관
해협 통제권 둘러싸고 확전 우려

27일(현지 시간)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 무산담 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 AFP연합뉴스 27일(현지 시간)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 무산담 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 AFP연합뉴스

미국이 민간 선박 공격과 휴전 합의 위반을 이유로 이란 군사시설을 연이어 공습하자,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군 기지를 겨냥한 보복 공격에 나서며 맞불을 놨다. 양측이 종전 MOU의 틀만 유지하고 국지적 무력 공방은 이어가면서,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이 전면 군사 대립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휴전이 흔들리면서 종전 합의 자체가 위태로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항공기가 휴전 합의 위반을 문제 삼아 방금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며 “이란은 교훈을 절대로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더 이상 합리적일 수 없게 되고, 우리가 아주 성공적으로 시작한 일을 군사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비교적 정제된 표현으로 이란을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존립까지 거론한 것은 추가 도발을 멈추라는 강한 경고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이런 불만을 의식하는 동시에,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주도하겠다는 움직임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은 이날 이란의 정찰 인프라와 통신 시스템 등을 추가로 공습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5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민간 선박이 이란의 공격을 받자 이란 군사시설을 타격했고, 27일 유조선이 다시 공격받자 재차 공습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휴전 합의 위반과 상선 공격에 대한 직접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이란도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쿠웨이트 알리 알 살렘 공군기지와 바레인 살만항의 미 해군 제5함대 기지 등 미군 주요 인프라 시설 8곳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양국 간 휴전 MOU를 계속 위반할 경우 모든 외교 절차를 전면 중단하겠다고도 경고했다.

혁명수비대 해군사령부는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는 앞으로 며칠 동안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추가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군사적 맞대응으로 해협 통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란은 종전 합의 이후에도 호르무즈해협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충돌은 종전 MOU 체결 이후에도 반복되는 불안정한 구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일단 합의의 틀을 완전히 깨지는 않고 있지만, 민간 선박 공격과 미군 공습, 이란의 보복 공격이 맞물리며 국지적 무력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충돌이 잦아지면 전면 군사 대립 재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지 언론은 근본적 원인으로 불완전한 종전 합의를 지목한다.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 이란과 오만이 해협의 ‘미래 관리 방안’을 함께 정립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조항에 담기면서 충돌의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란과 체결한 임시 휴전 협정의 모호한 표현들이 2주도 채 되지 않아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CNN 방송은 “사실상 이란 정부에 공식적인 호르무즈해협 관리 역할을 부여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성급하게 체결된 합의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큰 이란의 해상 통제 시도에 명분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이자 막대한 경제적 이권이 걸린 전략 요충지로 이란이 이를 쉽게 포기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에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더라도 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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