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벌겋게 변한 산림, 소나무재선충병 근본적인 해법 찾아야
경남 지역 피해, 4년 만에 5배나 폭증
방제 한계, 차단 정책·수종 전환 시급
지난 17일 경남 밀양시 한 산에 재선충병이 확산돼 적갈색으로 변한 소나무림이 두드러진다. 최환석 기자
소나무재선충은 1mm 내외 선충으로 북방수염하늘소,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에 서식하다가 소나무 상처를 통해 침입한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수분이 차단되면서 적갈색으로 변해 시들고 말라 죽는다. 경남 지역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소나무재선충병 발생량은 2022년 21만 6768그루, 2023년 41만 6980그루, 2024년 45만 1190그루, 2025년 58만 4156그루로 증가해 왔다. 올해는 무려 115만 5546그루로, 4년 만에 5배 넘게 폭증했다. 재선충병에 걸려 죽은 소나무가 창궐하면서 경남 지역 산림이 벌겋게 변한 것이다. 재선충병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산림 생태계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소나무재선충 확산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온난화에 따른 평균기온 상승으로 매개충 활동 시기는 빨라지고 활동 기간은 길어졌다. 특히 평균기온이 상승한 고온·건조한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했다. 밀양·창녕·사천·김해·하동 등 5개 시군 피해가 경남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경남에선 2022년까지 재선충병이 발생한 소나무를 100% 방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방제율은 2023년 98%, 2024년 80%, 2025년 71%로 점차 감소했고 올해는 65%에 그쳤다. 방제 속도가 소나무재선충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매개충 활동 범위 확대와 방제 예산 부족으로 당국의 방제 노력이 퇴색한 셈이다.
현행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은 재선충병이 발생하면 감염목과 주변 고사목을 모두 제거하는 방제 중심의 대응에 무게를 둬 왔다. 그러나 재선충병 발생 지역이 경남을 비롯해 전국으로 대확산하면서 대응 전략의 변화와 함께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 산림청은 지난 1월 ‘소나무재선충병 국가방제전략’(2026∼2030년)을 수립했다. 국가 차원의 재선충병 확산 저지선을 구축하고 지역별 맞춤형 방제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재선충병의 발생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박멸 중심의 ‘추격형 전략’에서, 재선충병의 확산 길목을 선제적으로 봉쇄하는 관리 중심의 ‘차단형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선충에 감염돼 수분이 빠진 소나무는 지탱하는 힘을 잃어 쓰러질 수 있다. 길가, 민가, 문화재 인근의 소나무가 쓰러지면 사람이 다치거나 문화재가 훼손될 수 있다. 또 감염된 소나무는 휘발성이 강해 산불을 확산시키거나 장마철 산사태 위험도 키운다. 재선충병은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 지자체의 방제 공백은 인접 지역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재선충병은 국가적 산림 재난이다. 정부는 전략적인 차단 정책 마련, 방제 기술 고도화, 지지체들과 유기적 협력 강화 등에 나서야 한다. 방제만으로 한계가 드러난 만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종 전환도 시급하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산림 복원을 위해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