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네마 시즌3 첫 상영작 '런던 프라이드'…연대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행진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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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와 성소수자가 함께 쓴 실화
관객들 "혐오보다 더 큰 것은 결국 사랑"

런던의 성소수자 단체 LGSM는 정부의 탄압을 받는 광부노조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한다. (주)영화사 진진 제공 런던의 성소수자 단체 LGSM는 정부의 탄압을 받는 광부노조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한다. (주)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매월 만나는 인생 명작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가 한달 간의 휴식기를 마치고 시즌3의 힘찬 막을 올렸다.

새로운 시즌의 포문을 연 작품은 매튜 워커스 감독의 영화 '런던 프라이드'(2017)다. 1980년대 영국 마거릿 대처 정부의 탄광 폐쇄 정책에 맞서 생계를 걸고 파업에 나선 광산노조와, 이들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성소수자 단체 LGSM(Lesbians and Gays Support the Miners)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마크(벤 슈네처)를 필두로 한 LGSM 회원들은 정부의 탄압을 받는 광부들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탓에 후원처를 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우여곡절 끝에 웨일스의 작은 탄광촌인 '둘라이스'와 연락이 닿으며 이들의 첫 만남이 성사된다.

성소수자를 향한 왜곡된 시선 속에 둘라이스 주민들은 마을에 찾아온 LGSM 회원들을 배척하고 거부한다. 하지만 이들이 며칠 동안 마을에 머무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고, 서로가 나와 다르지 않음을 깨달으며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나 정부의 압박은 날로 거세지고 언론의 왜곡 보도까지 이어지며 이들의 연대는 위기에 직면한다.


둘라이스 광부 다이와 마크가 손을 맞잡고 연대해 나가기 시작한다. (주)영화사 진진 제공 둘라이스 광부 다이와 마크가 손을 맞잡고 연대해 나가기 시작한다. (주)영화사 진진 제공

마크와 LGSM 회원들은 오히려 이 상황을 역이용해 대규모 모금 콘서트를 기획하고, 주민들과 다시 한번 끈끈하게 결속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일부 주민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후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들의 뜨거웠던 연대는 마침표를 찍는다. 광산노조의 역시 현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채 탄광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로부터 1년 후 런던 프라이드가 열리는 날, 마크와 LGSM 회원들 앞에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둘라이스를 비롯한 광부들이 거대한 노조 깃발을 들고 나타나 대열의 맨 앞장을 선 것이다. 전혀 다른 배경의 두 집단이 완성해 낸 이 마지막 행진은 연대와 환대의 진정한 가치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며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김경화 설치미술가가 모터레이서로 나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퉁이극장 제공 김경화 설치미술가가 모터레이서로 나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퉁이극장 제공

상영 직후에는 모퉁이극장의 시그니처 코너인 '소감한토막' 시간이 이어졌다. 관객들의 감상평을 나누고 공감하며 영화의 여운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날 모더레이터로 나선 김경화 설치미술가는 "서로 다른 삶의 조건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는 과정을 즐겁게 그린 영화"라며 "우리는 서로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공동체와 환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평을 남겼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 관객은 "요즘 사람들이 '거른다'는 말을 자주 쓰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하면 해소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생각해서 영화 속 장면들이 깊이 와닿았다"며 "혐오의 전염성이 강한 시대지만 결국 혐오보다 강한 것은 사랑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성소수자 외에도 누구나 어떤 집단에서든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또 다른 관객은 "다수자와 소수자가 서로 선입견을 깨기 위해 함께 노력해 굳이 소수자끼리 연대할 필요조차 없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화 설치미술가는 관객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대화의 깊이를 더했다. 김 미술가는 "'광부들이 캔 석탄으로 전기가 만들어지면 우리가 클럽에서 놀 수 있지 않냐'는 극 중 대사처럼, 거창한 이념 없이도 우리는 일상에서 연대할 이유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미술가는 "각자의 생업이 있고 생각은 다를지라도 연대를 통해 하나의 외침을 함께 만든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라며 '런던 프라이드'와 함께 보면 좋은 영화로 '빌리 엘리어트'(2001),'1980 사북'(2025), '남태령'(2026) 등을 추천하며 관객 토크를 마무리했다.


부일시네마 시즌3를 기념해 관객들이 손으로 숫자 '3'을 표현하고 있다. 모퉁이극장 제공 부일시네마 시즌3를 기념해 관객들이 손으로 숫자 '3'을 표현하고 있다. 모퉁이극장 제공

한편, 이날 현장에서 진심 어린 감상을 공유한 관객 5명에게 송도해상케이블카 탑승권과 영화 포스터 등 소정의 경품이 증정됐다. 행사에 참여하고 소중한 소감을 나누는 관객들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경품 혜택과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BNK부산은행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모퉁이극장에서 열리며, 부산닷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를 통해 관람 신청이 가능하다. 참가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1인당 2매의 입장권을 제공한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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