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도시’ 부산, 제44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장정 시작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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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극사 관통한 개막 공연
객석에서 끊임없는 박수갈채
전재수 부산시장 현장 찾아 축사
오는 26일까지 부산 전역서 이어져

2026년 대한민국연극제 부산 개막공연 ‘제(祭)-어, 제(於, 祭) 그리고 오늘-’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2026년 대한민국연극제 부산 개막공연 ‘제(祭)-어, 제(於, 祭) 그리고 오늘-’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부산에서 첫발을 뗀 국내 최대 규모의 연극제가 16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다. 1983년 부산에서 개최된 ‘전국지방연극제’를 모태로 성장한 대한민국연극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축제다.

1일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 ‘제44회 대한민국연극제’ 개막 공연으로 창작 뮤지컬 ‘제(祭)-어, 제(於, 祭) 그리고 오늘-’이 공연됐다. 제목의 ‘제(祭)’는 선대 연극인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무대는 전국의 원로 연극인들과 부산의 20~30대 청년 연극인들이 합동으로 준비했다.

한국 연극사를 관통하는 개막 공연은 기념비적 작품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1936년 작으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1977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한 ‘물도리동’ 등 시대를 풍미한 작품들을 판소리 창법부터 랩, 합창 등 다양한 음악 형식으로 풀어내 관객들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배우들은 객석까지 이동해 적극적으로 관객들과 교류했다. 공연에서 소개하는 작품마다 선보이는 차별화된 군무, 자유자재로 쓰는 전국 사투리는 배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이번 공연을 준비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극 후반부, 객석을 향해 쏟아지는 조명은 한국 연극을 지탱해 온 관객들을 향한 헌사였다. 무대 뒤 스크린으로 백성희, 허규, 차범석, 전성환 등 한국 연극계 원로들이 나타났다. AI 기술로 이들의 목소리를 만들어 연극의 의미를 되새겼고, 연극 세계에 몸담은 수많은 연극인의 사진으로 올해 연극제 포스터를 완성해 관객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 흐름 속에 주요 인사들의 축사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점도 흥미로운 연출이었다. 극 중 자연스럽게 태극기가 등장하고 국민의례가 이어지는 등 공연과 공식 행사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었다.

다만 배우들의 훌륭한 노래와 풍부한 음성과 별개로 음향이 뒷좌석까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야외 무대인 루프씨어터의 특성상 사방이 뚫려 있어 한계가 존재했다. 가사 전달이 중요한 뮤지컬 공연이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전재수 부산시장도 현장을 찾아 대한민국연극제 부산 개막을 축하했다. 전 시장은 “하나의 대하역사소설을 본 것 같다”며 “개막 무대에 선 부산의 20~30대 연극인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부산을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도시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연극제는 오늘 개막을 시작으로 오는 26일까지 숨 가쁜 일정을 이어간다. 연극제 핵심인 ‘본선 경연’은 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며, 전국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극단이 참가해 최고 영예인 대상을 두고 경합을 벌인다.

부산 대표로 출전하는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의 ‘품’은 대기업 콜센터 노동자의 삶을 통해 노동운동의 흐름을 조명한다. 지난 4월 부산연극제 당시 감각적인 무대 연출과 조명, 실감 나는 비 효과 등으로 호평받은 이 작품은 오는 22일 오후 7시 30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다시 공연된다.

이 외에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극단들의 수준 높은 무대가 이어진다. 울산 극단 무(無)의 ‘회전의자’(7월 3일)를 비롯해, 경북 극단 둥지의 ‘언 피니쉬드(Unfinished)’(7월 16일), 경남 (사)극단 현장의 ‘개는 물지 않는다’(7월 17일) 등이 관객과 만난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서울 대표 극단 ‘전원’은 1884년 갑신정변을, 제주 ‘예술공간 오이’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4통 3반 복층 사건’을 무대에 올린다. 또한 인천 극단 ‘십년 후’는 1999년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를, 전북 ‘예술집단 고하’는 덕혜옹주를 모티브로 한 ‘오얏꽃이 피었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됐다. 오는 2일 오후 1시에는 연극인 100명이 모여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연극인 100인 토론회’가 수영구 도모헌에서 열린다. 이 외에도 연극 기법을 활용한 힐링 프로그램, 가족 인형 만들기, 특수분장 체험 등 시민 참여 행사도 진행된다.

부산연극인인물사전에 등재된 부산 연극인 모습들. 연극제 동안 영화의전당과 부산시민회관 로비에 전시된다. 김준현 기자 joon@ 부산연극인인물사전에 등재된 부산 연극인 모습들. 연극제 동안 영화의전당과 부산시민회관 로비에 전시된다. 김준현 기자 joon@
부산연극인인물사전에 등재된 부산 연극인 모습들. 연극제 동안 영화의전당과 부산시민회관 로비에 전시된다. 김준현 기자 joon@ 부산연극인인물사전에 등재된 부산 연극인 모습들. 연극제 동안 영화의전당과 부산시민회관 로비에 전시된다. 김준현 기자 joon@

부산 연극계를 지탱해 온 이들을 조명하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부산연극인인물사전’에 등재된 약 180명의 사진이 연극제 기간 동안 영화의전당과 부산시민회관 로비에 전시된다. 올해 부산연극협회는 부산 연극인들의 면면을 꼼꼼히 기록하는 ‘부산연극인 인명사전’ 발간을 주요 사업으로 확정하고 추진해 왔다.

대한민국연극제 부산은 오는 26일까지 영화의전당 부산시민회관 금정문화회관 백양문화예술회관 등 부산 전역에서 열린다. 자세한 연극제 일정 확인과 작품 예매는 대한민국연극제 부산 공식 홈페이지(ktf365.org)에서 할 수 있다. 일부 공연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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