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세대정치와 지방자치
초의수 신라대 명예교수
7월부터 민선 9기 시대가 열렸다. 정치적 균열 지점을 중심으로 이번 선거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우선, 세대별 다극화 투표 성향이 두드러졌다. 방송 3사 심층 출구조사 결과에서 70대 이상과 60대는 국민의힘 후보에 더 투표하였으나, 40대와 50대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지지했고, 20대와 30대 역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조금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 연령대별 차이가 뚜렷했다.
둘째, 젊은 세대의 성별 탈동조화 현상이다. 20대와 30대 남자가 국민의힘을, 20대와 30대 여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60대와 70대 이상 고령자의 정치적 분화이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60대 52.3%, 70대 이상 68.6%가 모두 국민의힘 박형준에 투표했으나, 성별로 보면 60대 남자 52.0%는 전재수 지지로 나타나 성별 분화가 있었다.
사회학자인 만하임이 오래전 제기한 세대별 의식과 행동의 차별성 주장은 엘더(Elder)나 라이더(Ryder) 등의 APC 이론으로도 발전한다. APC는 생애 발달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연령(Age) 효과, 경제나 팬데믹 등 특정 시기 상황이 미치는 시대(Period) 효과, 청년기를 함께 경험한 세대(Cohort) 효과를 의미하며 이 셋은 중층적으로 결합되어 상호 영향을 미친다.
이 이론은 우리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전쟁과 절대빈곤 속에서 대한민국을 건설한 현재의 후기 고령층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베이비부머가 점차 노인집단에 편입되는 중이다. 앞으로 60대는 ‘스윙 보터’ 역할을 하던 베이비부머층이 모두 노인으로 진입한 이후에는 이전 세대와 사뭇 다른 정치 문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6월항쟁과 외환위기, 평생직장 종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동시 경험, 부모와 자녀 사이의 ‘낀 세대’로 고용불안과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할 50대, 그리고 외환위기의 힘든 생존 터널 경험, 부모-자식 사이에 더 ‘낀 낀 세대’로 치열한 경쟁, 자산 형성의 절박함을 안고 디지털 전환과 정보화의 중심에 서 있는 40대는 서로 세대 공감의 폭이 더 넓다.
고용불안과 주거불안, 부모 재력에 지배되는 부(不)작동 능력주의에 대한 좌절, 정치·사회적 효능감 상실 및 무기력에 빠진 30대, ‘노력의 배신’이라는 현실 인식, 고도화된 스펙 경쟁과 번아웃, 희망조차 잘 보이지 않는 미래 불안 속에 20대도 기득권 체제 비판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엘더의 말처럼 각 세대는 서로 이어져 있고 상호의존성을 갖는다. 중앙정치는 전투로 쉽게 격화하지만 동네정치로 갈수록 상호 이해와 존중, 협력의 가능성을 높인다. 그래서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뿐 아니라 공생사회의 학교이다. 나아가 세대 공감 지대로 희망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