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오메가 열돔
2003년 여름 21세기 들어 최악의 폭염이 유럽을 덮쳤다. 당시 프랑스는 44.1도, 포르투갈은 47.4도까지 치솟았다. 극심한 무더위로 유럽 전역에서 7만 명이 사망했다. 특히 프랑스에서 피해자가 많았는데 상당수가 노인들이었다. 여름철 ‘한 달간 바캉스’가 일상화된 프랑스에서 휴가를 가지 못한 취약계층과 독거노인들이 살인적인 더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이다. 지금 유럽이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2003년 대폭염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서유럽 프랑스와 스페인에선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프랑스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은 조기 폐장했고, 많은 학교가 에어컨이 없어 휴교했다. 알프스 빙하도 빠르게 녹고 있다. 독일·체코·덴마크 등 중동부 유럽도 기온이 40도를 넘나들며 연일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이번 폭염의 원인은 북아프리카에서 유입된 뜨거운 공기가 유럽 상공에 정체되면서 형성된 ‘오메가 열돔’이다. 그리스 문자 ‘Ω’(오메가) 모양처럼 양옆이 저기압으로 가로막힌 고기압에 뜨거운 공기가 돔(dome) 모양으로 갇혀 중심부에서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는 현상이다. 오메가 열돔 발생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유럽 대륙, 대서양, 북극 기온이 급격히 상승해 성층권에서 거대 기단을 옆으로 밀어내던 제트기류가 크게 약해진 탓이다. 제트기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사하라 사막에서 올라온 뜨거운 고기압이 유럽 대륙에 정체된 것이다.
2003년 대폭염 사태 이후 유럽 각국은 폭염 조기 경보제와 병원 비상 대응체계 등을 도입했지만, 건물과 인프라 개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의 서늘한 기후를 기준으로 설계된 가정집, 학교, 철도, 발전소 등의 인프라가 현재 폭염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극히 낮은 에어컨 보급률도 폭염 피해를 가중시킨다. 보급률이 가장 높은 프랑스가 25% 수준이고, 영국은 5%에도 못 미친다. 유럽 구도심 대부분은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에어컨 실외기 설치 규제가 심하다. 건물의 미관과 문화재 가치를 훼손할 수 있어서다.
오메가 열돔이 빚어낸 유럽의 폭염은 기후변화가 인류의 일상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의 순환이 멈추고 대기가 정체되어 생긴 열돔이 하필 오메가 모양이라니 섬뜩하다. ‘오메가’는 그리스 문자의 마지막 글자로 ‘끝’을 상징한다. 화석연료에 의존해 번영해 온 인류에게 자연이 전하는 마지막 경고가 아닌지 모르겠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