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 장윤기 아버지는 현직 경찰…훼손된 리얼돌 직접 없앴다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광주에서 길가던 여고생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납치해 살해한 장윤기(23)의 아버지는 현직 경찰관이었다. 경찰 중간 간부급인 장윤기의 아버지는 리얼돌이나 휴대전화 등 아들의 성범죄 혐의 등을 입증할 핵심 증거들을 경찰의 초기 압수수색 후 폐기했으며 현재 휴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장윤기 아버지의 행위에 대해 '가족이나 친족이 증거인멸을 한 경우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현행 형법의 특례조항을 근거로 형사입건을 하는 등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
1일 연합뉴스와 SBS 단독 보도 등에 따르면 사건 발생일로부터 사흘이 경과한 지난 5월 8일 장윤기가 홀로 거주한 광주 광산구 모처의 원룸 내부를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정리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으로 주요 증거물 확보가 끝난 이후였기 때문에 경찰은 원룸에 대해 보존 조치 등을 하지 않았다.
이에 장윤기의 아버지는 아들 자취방인 원룸에 있던 물건을 모두 치웠으며, 그 과정에서 가슴·목 부위가 집중적으로 훼손된 성인용품 리얼돌도 여러 조각으로 해체해 광주시 여러 곳에 나눠 버렸다.
또 장윤기의 아버지는 아들이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사용했던 구형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여러 대도 소각해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기의 부모는 아들이 구속된 후 전남 모처의 농촌 마을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이곳에서 다른 폐기물과 함께 휴대전화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장윤기의 범행에 납치 및 성폭행 목적이 있었다고도 판단했는데, 범행 도구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초기 수사 단계에서 가족에게 인계됐다.
SUV 내부에는 차량용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가 숨겨져 있었고,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장윤기의 범행 전 행적이 기록된 메모리카드를 압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 수사에서 압수되지 않았던 증거들의 존재 사실을 검찰 보완 수사 단계에서 확인해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또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곧바로 처벌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며 "친족 특례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께 광주 광산구 도심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11시간 만에 검거된 장 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성범죄는 적용하지 않고 살인 등 혐의로만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비정상적으로 훼손된 리얼돌 등을 주요 근거로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강간살인죄를 장윤기에게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