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0조 이상 상장사, 내후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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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해 법정공시로 시행
경영계 “곧장 법정공시는 부담” 우려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이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지속가능성(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경영계에서는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며 기업들의 부담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게 되면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기회와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재무제표처럼 공개해야 한다. 환경 문제가 기업의 영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취지다. 현재도 일부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공시하고 있지만, 의무화될 경우 데이터 수집·검증에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들기에 그간 기업들은 난색을 표해왔다.

최종안에 따르면 2028년(2027 회계연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가 공시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2월 초안에서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을 대상으로 하겠단 계획에서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이어 2029년에는 대상이 5조 원 이상으로 확대되며 이후 시행 상황을 평가해 2030년에는 2조 원 이상까지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에 따라 공시 대상 상장사는 2028년 107개사, 2029년 157개사로 늘어난다. 종속회사까지 포함하면 공시 범위에 포함되는 기업은 2028년 291개사, 2029년 3171개사에 이를 전망이다. 공시 첫해에는 한해 자산과 매출이 모두 연결기준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공시 범위에서 제외된다.

공시 방식도 초안 대비 강화했다. 당정은 애초 거래소 공시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법정공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최종안은 2028년부터 곧바로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공시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당정은 연내 통과를 목표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법정공시로 전환되면 위반 시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기업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의 혼란과 피해를 막기 위해 면책 제도도 함께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도입 초기 3년간은 공시 정보 전체에 대해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포괄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다만, 고의적인 ‘그린워싱’에 대해서는 손해배상·행정책임을 엄격히 묻기로 했다.

3년이 지난 뒤에도 미래 리스크에 대한 예측 정보, 온실가스 배출량 등 추정정보, 협력업체 등 통제할 수 없는 제3자로부터 수집한 정보는 합리적 근거에 따라 성실하게 작성됐다면 손해배상·행정책임을 면제하고 형사책임도 배제하는 별도의 ‘세이프하버’ 제도가 적용된다.

공시 정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제3자 인증은 공시 의무화 2년 뒤인 2030년부터 도입된다. 협력업체 등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을 포함하는 스코프3 공시는 산정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준비 기간을 고려해 공시 대상별로 3년씩 유예된다. 10조 원 이상 기업은 2031년, 5조 원 이상은 2032년, 2조 원(잠정) 이상은 2033년부터 각각 적용될 예정이다.

당정은 이번 최종안이 지난 2월 발표한 로드맵 초안보다 크게 강화된 것에 대해 초안 발표 이후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국회 등에서 공시 대상 확대와 법정공시 조기 전환을 요구하는 의견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잇따라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담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더해 중동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가격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기후·에너지 리스크 관리가 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점도 강화 배경으로 꼽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협의에서 “기후 에너지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제”라며 “자본시장 참여자에게도 투자 결정 요인으로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ESG 공시는 기업이 기후를 비롯한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리스크와 기회를 식별하고 이에 대한 기업의 의사결정, 리스크 관리 체계 전반을 새롭게 구성하도록 해 경영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의 필요성과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공시 역량을 축적할 자율공시 단계 없이 법정공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이들 단체는 “공시 데이터의 상당수가 예측·추정 정보로 채워지는 만큼 법정공시가 바로 시행될 경우 이러한 불확실성에 따른 법적 리스크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충분한 면책 보장과 공시 인프라·가이드라인 마련 등 이행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금융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로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를 추진해 왔으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로드맵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해왔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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