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카르멘’이 남긴 과제 [김은영의 문화시선]
클래식부산은 11일 밤 부산 북항 랜드마크 부지 야외 특설무대에서 야외 오페라 '카르멘'을 선보이고 있다. 연주는 정명훈이 지휘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를 비롯해, 김강규·김영기가 지휘하는 클래식부산합창단, 해운대구립소년소녀합창단이 맡았다. 카르멘 역은 메조 소프라노 미셸 로지에가 열연했다. 클래식부산 제공
11~12일 열린 야외 오페라 '카르멘'에서 카르멘은 메조 소프라노 미셸 로지에, 에스카미요는 바리톤 이동환, 돈 호세는 테너 김정훈, 미카엘라는 소프라노 김순영, 주니가는 베이스 김철준, 모랄레스는 바리톤 안세범이 출연했다. 클래식부산 제공
11일 밤 부산 북항 랜드마크 부지 야외 특설무대에서 선보인 야외 오페라 '카르멘' 공연 모습. 이날 공연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가 연주를 맡았다. 무대 디자인과 설계는 김현정이 맡았다. 김은영 기자 key66@
11일 부산 북항 랜드마크 부지 야외 특설무대에서 선보인 야외 오페라 '카르멘'를 관람하는 피크닉존 모습. 이번 공연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가 연주를 맡았다. 클래식부산 제공
11~12일 부산 북항 랜드마크 부지에서 열린 야외 오페라 ‘카르멘’(작곡 조르주 비제)은 도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별빛과 바다를 배경으로 약 5000명의 시민이 함께한 공연은, 북항이라는 공간이 문화 무대로 확장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북항을 떠나는 크루즈선의 뱃고동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공연과 도시의 풍경이 맞물린 이날의 경험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같은 변화는 3년 전 부산시민공원에서 시작된 ‘클래식 파크 콘서트’에서 출발했다. 당시 이틀간 1만 4000여 명이 모인 야외 음악회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매년 이어지며 부산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적인 야외 공연으로 자리 잡았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클래식을 접하는 통로가 됐다. 지난해 부산콘서트홀 개관 이후에는 콘서트 오페라가 시도되며 레퍼토리가 확장됐고, 이번에는 야외 전막 오페라로까지 이어지며 공연 형식과 규모 모두에서 한 단계 진전을 이뤘다.
부산 영도구 '봉래 몰양장' 쪽에서 바라본 부산오페라하우스 외관. 김은영 기자 key66@
11일 밤 부산 북항 랜드마크 부지 야외 특설무대에서 선보인 야외 오페라 '카르멘' 공연을 지휘하는 정명훈 예술감독. 이날 연주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가 연주를 맡았다. 클래식부산 제공
이제 관심은 내년 7월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로 향한다. 대형 공연장의 등장은 도시 문화 인프라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항 일대 재개발과 맞물려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개관 자체의 상징성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후 운영을 어떻게 설계할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추진 중인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은 상징성과 화제성이 높지만, 100억 원대에 이르는 비용은 재정적 부담 또한 적지 않다. 개관의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과 장기적 운영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접근이 필요하다.
4막 마지막 장면에서 돈 호세(테너 김정훈)가 카르멘(메조 소프라노 미셸 로지에)을 찌른 후, 그녀의 시신 앞에서 울부짖으며 아리아(절규)를 부르는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11일 밤 부산 북항 랜드마크 부지 야외 특설무대에서 선보인 야외 오페라 '카르멘' 커튼콜 모습. 이번 공연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가 연주하고, 엄숙정이 연출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11일 밤 부산 북항 랜드마크 부지 야외 특설무대에서 선보인 야외 오페라 '카르멘' 커튼콜 모습. 정명훈 예술감독 등 전 출연진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운영 기반에 대한 점검도 필수적이다. 지역 민간 오페라단의 규모와 여건을 고려할 때, 외부 유명 단체 초청만으로 연중 일정을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다른 지역 공연장들이 공통으로 겪은 문제다. 국립오페라단 등과의 협력을 통해 부산에서 제작·초연한 작품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구조도 생각해봄 직하다. 나아가 지역 오페라단과의 협업으로 제작 경험을 축적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도 병행돼야 한다. 이는 단순한 공연 유치를 넘어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를 키우는 길이다.
북항 야외 오페라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그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개관 이후를 내다보는 체계적인 운영 전략과 단계적 실행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산은 이미 관객과 공간이라는 기반을 확보했다. 이제 그 위에 어떤 콘텐츠와 시스템을 쌓아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발전시킬지 고민할 시점이다. 북항의 밤이 보여준 가능성이 부산 공연예술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