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북항 찾은 ‘카르멘’… 오페라 도시 부산 첫발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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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배경으로 정명훈과 APO의 명품 선율 울려
후덥지근한 날씨 속 배우들의 열연에 관객 환호로 화답

11일 부산항 북항에서 열린 오페라 ‘카르멘’ 공연 모습. 클래식부산 제공 11일 부산항 북항에서 열린 오페라 ‘카르멘’ 공연 모습. 클래식부산 제공

부산항 북항에 마련된 피크닉존에서 오페라 ‘카르멘’을 보고 있는 시민들 모습. 클래식부산 제공 부산항 북항에 마련된 피크닉존에서 오페라 ‘카르멘’을 보고 있는 시민들 모습. 클래식부산 제공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공적인 개관을 기원하며 부산항 북항에서 열린 오페라 ‘카르멘’ 공연이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부산항 북항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클래식부산 예술감독 정명훈이 지휘를 맡고,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와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들이 호흡을 맞추며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오페라 ‘카르멘’은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조르주 비제가 작곡한 명작이다. 19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자유분방한 집시 여인 카르멘과 그녀에게 빠져들어 파멸에 이르는 군인 돈 호세의 비극적인 사랑과 집착을 다룬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구속을 거부하는 대담한 여성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당시 정형화된 여주인공에 익숙했던 귀족 중심의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이러한 파격성으로 1875년 파리 초연 당시에는 혹평을 받기도 했으나, 강렬하고 화려한 선율을 앞세워 단숨에 명작 반열에 올랐다. 특히 같은 해 오스트리아 빈 공연에서의 대성공은 바그너와 브람스를 중심으로 양분되어 있던 당시 음악계에서도 찬사를 끌어냈다. 이를 기점으로 브뤼셀, 상트페테르부르크,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로 뻗어 나간 ‘카르멘’은 오늘날까지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공연 당일 북항 일대는 시작 전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무대가 내려다보이는 고가교에 자리 잡거나 망원경을 동원해 공연을 지켜보는 등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부산시가 운영한 실시간 생중계 채널에도 1000여 명의 시청자가 접속해 현장의 감동을 함께 나눴다.

이번 공연 장소는 그 자체로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무대 뒤로 건설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자리하고, 그 너머로 부산항대교와 크루즈 선박이 어우러진 풍경은 항구도시 부산이 ‘오페라 도시’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야외 공연이라는 환경은 출연진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공연 당시 부산 중구의 기온은 26~28도, 습도는 75%를 기록했으며, 습기를 머금은 바닷바람까지 더해져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배우들은 땀으로 의상이 흠뻑 젖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펼쳤다. 혹독한 기상 조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출연진은 2시간 동안 완성도 높은 연주와 성악을 선사하며 북항을 감동으로 채웠다. 특히 돈 호세 역의 김정훈과 카르멘 역의 미셸 로지에가 펼친 비극적인 하이라이트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10분 넘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내년 9월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이번 공연을 통해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최근 정명훈 예술감독의 임기가 연장됨에 따라 정 감독은 오페라하우스 개관 무대까지 책임지며 부산 오페라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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