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SG 경영의 진정한 가치 보여준 한성기업 향한 '돈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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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다한 기업에 소비자 호응
과거 안주 말고 시대 변화 읽어야 생존

부산 영도구 대교동에 위치한 한성기업 본사. 부산 영도구 대교동에 위치한 한성기업 본사.

‘크래미 브랜드’로 잘 알려진 부산 수산물 가공업체 한성기업이 최근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돈쭐’과 ‘응원 투자’ 덕분에 상장폐지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미담이 전해졌다. 이 기업은 경기둔화로 매출이 줄고 비용이 늘면서 실적이 크게 나빠진 상태에서 미·이란 전쟁 여파로 원재료 가격 급등, 물류비 상승까지 겹치며 고전해 왔다. 주가도 약세를 이어왔다. 문제는 이달부터 코스피 상장 유지 기준 강화로 상장폐지 위기로까지 내몰렸다는 점이다. 그런데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그 드라마가 한성기업이 지켜온 브랜드 가치와 사회에 공헌해 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조짐이 일어난 것은 일주일 전쯤이다. 갑자기 이 기업 온라인몰 주문량이 평소보다 수십 배 급증했고 배송 지연도 빚어졌다. 주가도 일주일 새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알고 보니 온라인에서 ‘국민 브랜드를 지키자’는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한성기업이 지난 25년간 한국전쟁 참전 용사를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 왔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에 소비자와 개미 투자자들이 적극 호응했다. 크래미 제품이 일약 ‘국민 브랜드’로 지목되면서 한성기업 제품을 사자는 ‘가치 소비’ 움직임이 벌어졌고, 뒤이어 기업을 위기에서 살리자는 투자 행렬로 이어졌다. 한성기업도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감사 인사로 화답했다.

한 기업이 25년간 매년 유엔 참전 용사와 가족 등 1000여 명을 초대해 음악회를 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 오너는 물론 임직원들 사이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기업도 같이 성장하고 커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데 지속 가능한 어업에 동참하기 위해 따로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국제 인증을 받겠다는 인식 전환도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 한성기업 사례는 기업이 쌓아 올린 사회적 신뢰와 ESG 경영이 위기에 처했을 때 든든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에도 지역과 공존하고 시대 가치에 부합하는 활동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이번 기회에 지역 기업들, 특히 향토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그동안 많은 지역 기업이 환경 등에 대한 규제 대응이나 사회적 책임을 당장 지불해야 할 비용으로만 여겼다. 원가를 줄이고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그 결과, ESG 경영 요구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파도 앞에 주저하고 있었다. 변화를 위기로만 본 것이다. 그 사이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여 시대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한 채 뒤처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소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대가 어떤 경영 마인드를 원하는지, 다시 점검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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