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버티는 장동혁에 속수무책… '웰빙 본색’ 국힘
전창훈 서울정치부장
"지선 선전했다" 사퇴론 일축한 張
'당권파 정밀 심판'한 결과에도
'징계 정치' 가동해 책임 씌우기
'재선거' 나홀로 집착 당 신뢰 훼손
대표 비상식 독주에 野 견제력 상실
그럼에도 안일한 당 체질, 위기 심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자신이 ‘혼신을 다해’ 이룬 선전으로 포장하는 건 염치 없는 짓이다. 4년 전 12석이던 당의 광역단체장 의석은 이번에 4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장 대표가 선거 전 스스로 승부처로 꼽은 두 곳 중 부산시장은 졌고, 서울시장은 반(反)장동혁을 표방한 후보가 승리했다. 이것만 해도 장 대표는 별로 할 말이 없어야 한다.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번 선거 민심은 장 대표를 ‘정밀 타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 장 대표가 가장 열심히 지원 사격을 했던 충청권 광역단체장은 전패했고, 무소속 한동훈 후보 떨어뜨리기에 당력을 쏟아부은 부산 북갑에서는 한 후보가 보란 듯이 승리했다. 장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이성권(부산 사하갑) 의원의 지방선거 ‘성적표’를 거론했지만, 정작 이 지역은 국민의힘이 광역·기초의원을 석권한 반면 장 대표야말로 지역구에서 12년 동안 당 소속이던 서천군수는 물론 도의원 2석까지 민주당에 모두 뺏긴 것으로 나타났다. 장 대표를 멀리한 후보는 살아남았고, 장 대표가 지원한 후보는 낙선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당권파가 과거 선거를 ‘선택적 비교’해 성과를 부풀리는 것도 궁색하다. 이번 선거는 보수 대통령 탄핵 후 1년여 만에 치르는 지방선거라는 점에서 2018년과 유사한 환경이었지만, 당시에는 투표 하루 전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메가톤급 변수가 있었고, 이번에는 오히려 ‘공소 취소 특검’이라는 야당의 호재가 등장했다.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이후 1년 동안만이라도 반성과 쇄신으로 내부 정비를 했다면 선거 환경은 여야가 대등했거나, 오히려 야당이 우세했을 수 있었다. 최악의 상황을 자초해놓고 그보다 조금 나은 결과가 나왔다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에 실소가 나온다.
아무리 ‘데이터’를 들여다봐도 유구무언이어야 할 것 같은 장 대표는 스스로 책임지기는커녕 ‘징계 정치’를 재가동해 반대파에게 책임을 씌우려 한다. 상식을 완력으로 뒤집으려는 꼴이다. 그런데 이 또한 명분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꼴이다. 무소속 후보를 찾아가 치킨 회동을 한 의원들을 징계한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 때 당 소속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무리하게 교체하려다 선거판을 꼬이게 만든 구주류 의원들은 어떤 징계를 받았나. 치킨 회동이 아니라 대놓고 무소속 후보 지원 연설을 한 당권파 인사는 어쩔 건가. 이 또한 ‘선택적 징계’로 돌파할 건지 묻고 싶다.
오히려 장 대표가 나홀로 매달리는 ‘전국 재선거’ 주장이야말로 해당 행위라고 할 만하다. 당권파와 가까운 구주류 의원들조차 전국 재선거와 거리를 두는 것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침묵하지만, ‘투표 용지 부족’과 무관한 압도적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재선거 강요는 더 큰 공정성 훼손을 부를 수 밖에 없다. 조금만 생각해도 전면 재선거는 안 했을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 자명하다. 2030의 분노를 정치권이 끌어안는 방법은 공감하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지, 책임지지도 못할 주장으로 그들을 현혹하는 게 아니다. 그게 취약한 입지를 지키겠다는 얕은 셈법이라면 공당의 신뢰도만 좀먹는 중대한 해당 행위다.
장 대표는 정치 문화의 저급화에도 책임이 크다. 공식회의에서 현직 대통령을 ‘이재명’으로 부르는 것도 모자라 ‘재명아’ 팻말을 꺼내든 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장 대표를 비판하는 어떤 의원들도 반말로 조롱하는 ‘저렴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국가 원수에 대한 막가는 조롱이 진영 간 적대감만 북돋을 뿐 어떤 정치적 효용이 있겠나. 장 대표를 떠받드는 광장의 소수만 열광할 뿐, 상식 있는 다수는 그 품격 없음에 탄식이 절로 날 뿐이다.
장 대표의 비상식적 독주로 인한 가장 큰 해악은 제1 야당의 견제 기능이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여권 외에는 대다수가 반대하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민주당이 마구 밀어붙일 수 있는 배경에는 야당의 비판이 전혀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파묘’(과거사 캐기) 논란까지 부른 이전투구 당권 경쟁, 투기장이 된 주식 시장, 다시 급등하는 부동산 등 여당의 악재가 수두룩하지만 당 지지율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빠지는 추세다. 국정의 균형을 위해 존재감 있는 야당이 얼마나 필요한지 장 대표의 국민의힘이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당이 벼랑 끝으로 걸어가는 형국이지만 당사자인 장 대표는 “사퇴는 없다”를 고수하고, 당내에는 “대표가 버티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넋두리만 가득하다. ‘웰빙 정당’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일부 의원들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하지만, 이대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 당은 가망이 없다’고 확신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 같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