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 없었다면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묻힐 뻔
피해자 “한 기관이 모든 수사 안 돼”
검찰이 결국 살인미수 혐의 적용
대법원, 개정안 보완책 필요 의견
이석연 “완전 폐지는 헌법에 위배”
2023년 6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 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범죄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저해하는 등의 우려가 나온다. 여당은 보완수사요구권과 보완수사 담당 경찰의 교체 요구권으로 보완수사권 폐지 부작용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 씨는 12일 〈부산일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사건을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범죄 피해자들에게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A 씨는 이어 “수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기관에서 동일한 사건을 다시 수사한다면 초기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결과를 도출하기 쉽지 않다”며 “한 기관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A 씨는 검찰 보완 수사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한 대표적인 범죄 피해자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애초 ‘묻지마 폭행’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의 보완 수사를 통해 성폭행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A 씨는 2022년 5월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중 가해자 B 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중상해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1심에서 B 씨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범행이 강간살인 미수였다는 정황이 새롭게 확인됐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 미수로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폭력 범죄의 대상으로 삼아 범행했다”며 성범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후 법원도 초동수사 부실로 A 씨가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사법 절차에 매달려야 하는 탓에, 정작 피해자가 범죄 피해로부터 몸과 마음을 회복할 최소한의 시간마저 박탈당하는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대법원도 부작용을 막기 위한 보완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는 “수사기관 간 권한 조정에 관한 사항으로 제도 변화에 따른 장단점, 국민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 등을 국회에서 면밀히 살펴 충분한 숙의와 검토를 거쳐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다만 제도적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보완 방안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은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수사 주체로서 검사가 가진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 헌법의 체계 정당성의 원리에 반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완전 박탈하려면 헌법을 개정해 영장 신청권을 제헌헌법처럼 검사 대신 수사기관으로 고치거나 법률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폐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자 민주당은 개정안에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권을 가지도록 했다.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경찰의 적정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는 담당 경찰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또 보완수사를 담당한 경찰이 사건을 담당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면 공소청장이 수사관 교체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