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심 무죄’ 청산염 살인 사건 보완수사 요청…항소심 관심
30대, 예비 시어머니 살해 의혹 사건
경찰 압수수색서 현장 비닐장갑 사용
재판부 오염 가능성 이유로 증거 의심
검찰 “새 DNA 분석 등 경찰에 요구”
내달 26일 항소심 두 번째 공판 기일
검찰이 경찰의 미흡한 압수수색으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른바 ‘청산염 살인 사건’의 보완 수사를 요청하면서 진행 중인 항소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부산고등검찰청 창원지부는 이번 달 7일과 20일 총 2회에 걸쳐 경남 진주경찰서에 청산염 살인 사건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30대 A 씨가 청산염을 탄 물로 예비 시어머니인 B 씨를 숨지게 했다는 의혹으로, 언론 보도에 이어 지난 1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재차 소개돼 주목받는 사건이다.
지난해 11월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기동)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외할머니 소개로 부동산 임대업체를 운영하는 재력가 60대 B 씨의 아들 C 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했다. A 씨는 B 씨가 명품을 모방한 제품을 예물로 준비하자 실망해 다투는 등 갈등을 겪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 3월 28일, B 씨는 미국 하와이에서 입국해 자가격리를 하는 C 씨를 만나러 진주 한 주거지로 차를 몰고 출발했다. 경찰은 이때 A 씨가 소지하던 청산염을 희석한 물을 B 씨 차에 넣어뒀다고 의심했다.
B 씨가 탄 벤츠 차량은 이날 오후 3시 28분 통영대전고속도로 서진주 나들목에서 방호벽을 들이받고 멈췄다. 경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된 B 씨는 끝내 숨졌다. 사인은 청산염 중독이었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B 씨는 사고 당시 안전띠를 맨 채 조수석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였다. 목격자는 갈증 때문에 B 씨 차에 있던 물을 마셨는데 냄새와 맛이 역해서 뱉어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로부터 사고 소식을 들은 A 씨는 경찰에 유족인 C 씨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대신 자신의 친정어머니를 병원으로 보냈다. A 씨 친정어머니는 병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생수병과 물을 모두 버렸다. B 씨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도 사라졌다. 2020년 5월 7일, 용인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던 경찰은 청산염이 담긴 비닐 팩을 발견하고 A 씨 DNA도 검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청산염을 소지한 경위가 입증되지 않았고, 압수수색 과정에 오염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은 장갑을 준비하지 않아, 현장에 있던 비닐장갑을 착용해 압수물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A 씨 범행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전혀 없는 사건”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 어려운 범행 동기로 핵심 살해 도구인 청산염을 소지했는지도 불명확한 A 씨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범행 방법으로 B 씨를 죽였다고 인정하려면 최소한 다른 인물의 범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출 증거만으로는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상소로 사건은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형사1부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지난 15일 첫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다음 달 26일을 두 번째 공판기일로 지정한 상태다.
사건을 담당하는 검찰 관계자는 “DNA 감식과 관련해 일부 빠진 부분과 새로운 관점의 DNA 분석을 요구하는 내용이 보완 수사 요구에 포함됐다”며 “억울한 죽음과 살인자가 존재하는 사건에서 진주경찰서와 적극 협력해 항소심에서 진실을 규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