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선경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 “엔진·소프트웨어·배터리…모든 기술 자동차로 접목”
올해 초 학회 사상 첫 여성 수장 취임
배터리·소프트웨어 전공 회원 급증
내연기관·전기·수소차 선택 소비자 몫
여성들 경력단절 막을 시스템 갖춰야
한국자동차공학회 정선경 회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첫 여성 회장으로 자동차 연구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어 주목된다. 정선경 회장 제공
“예전에는 엔진만 자동차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든 기술이 자동차로 접목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한국자동차공학회 사상 첫 여성 수장에 오른 정선경 회장의 진단이다.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 30년 이상 몸담아 온 그는 학회를 이끌며 자동차 연구의 최전선을 조율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학회는 산하에 13개 부문과 8개 연구회를 두고 있으며, 누적 회원만 5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춘계 학술대회에는 2500명이 등록했고, 미등록자를 포함하면 약 5000명이 몰렸다.
정 회장은 “다른 학회들이 규모 축소를 겪는 것과 달리 자동차공학회는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과거엔 학회에서 기계공학과 엔진 전공자가 주류를 이뤘는데 최근엔 자동차 트렌드 변화에 따라 배터리, 반도체, 소프트웨어 전공자들의 유입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등이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술 트렌드의 변화가 학회 구성원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전환이 엔진 기술의 퇴장을 뜻하진 않는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전기차 시대로 가더라도 엔진 기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모두가 융합하고 자리를 찾을 수 있는 학회가 되도록 노력 중”이라고 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은 기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가 맞붙어 기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정 회장은 기술의 우열이 아닌 시장과 소비자의 판단 문제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기술적으로 수소와 전기차 모두 비슷하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최종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했다. 다만 수소차 인프라 부족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우려 등에 대해선 학회와 산업계, 국가기관 등과 함께 공동 연구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공학회 정선경 회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첫 여성 회장으로 자동차 연구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어 주목된다. 정선경 회장 제공
정 회장은 “완성차 기업, 소방청과 함께 3~4년째 ‘전기차 배터리 열 폭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며 “단열재, 난연 소재, 열 발생 감지 센서 개발이 핵심”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전기차 화재 확률은 통계상 내연기관차보다 낮지만, 운전자가 대피할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경고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의 외연 확장은 정책과 글로벌 교류로도 이어진다. 취임 후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연 정 회장은 국토교통부와도 자리를 마련해 산학연 관계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대외 관계에서는 명확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 중국 전기차 BYD의 법인 회원 가입 신청은 여러 이유로 거절했으나,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국산 부품 채택 확대에 대해서는 “가격과 품질이 좋으면 쓸 수밖에 없는 게 시장 경제”라며 실리적 진단을 내놨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와의 교류를 공고히 하는 한편 중국, 일본과의 기술 교류회도 차분히 준비 중이다.
조직 운영을 바라보는 정 회장의 시선에는 연륜이 묻어난다. 그는 10여 년 전 공학회에 여성위원회를 처음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이후 여성부로 확대됐고, 여성부 회장 자리도 새로 생겼다.
정 회장은 “여성이 경력단절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다”며 “내가 걸었던 길을 후배들에게 강요하고 싶진 않지만, 많은 여성 후배들이 본인의 자리를 잘 찾아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히스토리(역사) 없이 스토리(이야기)만 가지고 살 순 없어요. 기술은 바뀌어도 그 위에 쌓인 기술과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