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완승' 신진서, 부산과 각별한 인연도 재조명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바둑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의 두 점 접바둑 3번기 3국에서 221수 만에 흑 11집 반 승을 거둔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둑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의 두 점 접바둑 3번기 3국에서 221수 만에 흑 11집 반 승을 거둔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진서 9단이 최첨단 바둑 인공지능(AI)을 상대로 역전극을 써 화제를 몰면서 고향인 부산과의 각별한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신진서 9단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최종 3국에서 현존 최고 사양 바둑 AI 카타고(KataGo)에 221수 만에 11집 반승을 거뒀다.

1국에서 참패했던 신진서 9단은 2국과 3국에서 승리하면서 AI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1월 부산서 열린 '제1회 신진서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제공 올해 1월 부산서 열린 '제1회 신진서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제공

2000년생인 신진서 9단은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서 태어났다. 부산에서 기원과 바둑학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인터넷 바둑을 통해 실력을 키웠는데, 기량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더 강한 상대가 필요해졌다. 주말마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바둑을 익히던 중, 부모님의 결정으로 서울로 이주하게 됐다. 당시 12세였던 신진서는 서울로 이사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제1회 영재 입단대회(2012년 7월 17일)를 통해 프로의 문턱을 넘었다.

신진서 9단은 올해 1월 그의 이름을 딴 대회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리(부산일보 1월 28일 단독 보도)는 등 고향과 뜻깊은 인연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4일 부산시바둑협회(회장 김대욱·TM마린 대표)와 '신진서 사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신진서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교육지원청 스포츠교육센터에서 열렸을 때 신진서 9단은 개회식에 참석하고 팬 사인회도 가졌다.


제1회 신진서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 전경. 한국기원 제공 제1회 신진서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 전경. 한국기원 제공
‘제1회 신진서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교육지원청 스포츠교육센터 로비에서 팬 사인회를 열고 있는 신진서 9단. 부산시바둑협회 제공 ‘제1회 신진서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교육지원청 스포츠교육센터 로비에서 팬 사인회를 열고 있는 신진서 9단. 부산시바둑협회 제공

당시 신진서 9단은 "제가 태어나고 자라고 바둑을 둘 수 있게 했던 아름다운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제1회 신진서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 첫걸음을 내디딘다는 사실이 저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부산은 서울을 제외하면 그다음 대도시인데 바둑 열기는 그렇지 못해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소회를 밝혔다.

신진서 9단과 부산의 각별한 인연은 이것만이 아니다. 기억에 남는 주요 대국 중 하나인 2024년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이하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 라운드가 있다. 농심배는 통상 중국(칭다오, 상하이)과 한국(부산)을 오가며 3차전을 개최하는데, 2라운드(본선 5~9국)는 부산 농심호텔에서 연다. 25회 대회에서 신진서 9단은 일본 기사 1명, 중국 기사 5명 등 6명을 연속으로 격파하며 기적 같은 역전 6연승으로 한국팀에 우승컵을 안긴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그는 "식사 메뉴를 고르는 에너지조차 소모하지 않으려고 카레와 한식으로 식사를 통일하고, 그렇게 비워낸 공간을 오로지 바둑으로 채웠다"고 한다.


바둑판 앞에서 포즈를 취한 신진서 9단. 신진서 제공 바둑판 앞에서 포즈를 취한 신진서 9단. 신진서 제공

이번 카타고와 대국에서의 값진 승리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기회'였다. 신진서 9단은 이미 AI의 수법을 완벽히 체득한 '신공지능'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1월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신진서 9단은 "어려서는 AI 없이 바둑을 두었기에 처음에는 반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지난한 과정 끝에 AI를 내 바둑에 도입하는 법을 습득했고, 이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공부 방법으로 바둑을 대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인공지능이 꼽은 추천 수만 따라가면 공부가 한정적이어서 그것을 뛰어넘는 수를 계속해서 상상하고 계산하며 내가 가진 수를 발전시켜 나가는 게 진짜 AI 공부이며, 정답 너머의 정답을 바라보는 방식 등 좋은 활용 방안을 찾는 쪽으로 AI를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신진서 9단은 이날 카타고와 대국에서 이긴 뒤 기자회견에선 "AI는 완벽한 것이 (오히려) 약점인 것 같다"며 "불리해도 (승률이 떨어지는)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인간 바둑은 상황에 따라 승부수와 묘수를 던지는 게 매력"이라며 "그래도 AI를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이벤트에선 제가 (인공지능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게, 그런 도전을 할 것"이라는 포부를 덧붙였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경인일보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