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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뉴스] 코로나19로 까묵은 운동회, 내년 가을에는 꼭 오이소
[읽기 전 잠깐] 우리 생활과 밀접한 데이터와 스토리를 접목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사투리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올해는 유독 코로나19 때매 몬하는 게 유달시리 많습니더. 그중에 가을운동회도 있네예. 옛날에는 가을운동회 하면 얼라들도 다리몽디이 뿔라질 정도로 뛰놀고예, 어른들도 함께하는 동네 잔치 아니었겠습니꺼. 말그대로 '굿이 한 다래끼'였지예. 그런데 세상도 변하면서 재밌는 게 몽창시리 나오니까네, 가을운동회 열기도 고마 시들시들해지뿐기라예. 그라고 또 올해는 코로나19까지 덮쳐뿌가 가을운동회 하는 학교도 드물지예. 그런데 과거에도 가을운동회를 못했던 해가 있었던 거 아십니꺼? 이번에는 추억 속의 가을운동회를 함 들시보입시더.
■아폴로 눈병, 태풍 등으로 중단되기도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파란 가을하늘, 나부대는 만국기 아래서 운동장에 얼라들이 응원한다꼬 쌔리 고함지르는 가을운동회. 기억나시지예? 특히 옛날에 초등학교(이전 국민학교)에서 운동회 열렸다카면 학생뿐만 아니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학교도 안 드간 얼라들까지 무작빼이로 운동장에 몰리가 놀았다 아입니꺼. 당시 운동회 때도 주종목은 달리기, 줄다리기, 공굴리기로 요즘하고 비슷하고예, 차전놀이, 매스게임 등등 볼거리도 많았지예.
근데 1975년에 정부가 운동회를 전면 금지한 사례가 있었어예. "얼라고 어른이고 할 거 없이 잘 노는데 만다꼬 못하게 하는교?"라고 반문하실 분도 있을낍니더. 이유는예, 가을운동회 비용인 '학교잡부금' 징수가 금지됐기 때문이랍니더.
사실 가을운동회 비용을 학부모들한테 거둬서 학교가 욕을 테베기로 얻어묵기도 했지예. <부산일보> 1956년 10월 27일 자 사설 '교육이 형식에 치우쳐선 안된다'를 보면은 "운동회의 상품을 마련하기 위하여 학부형 가정을 방문하여 금품의 기부를 청한다"면서 "그러한 돈을 낼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갖지 못한 학부형들의 심정은 어떠할까"라고 따끔하게 비판하지예. 심지어 경비 부담을 한 학부형에게는 운동회 당일 좌석도 마련해주고 음식도 대접해줘서 돈을 못 낸 가정 얼라들 동심에도 상처를 줬다안캅니꺼.
정부가 1975년 학교잡부금 징수를 금지하면서 가을운동회를 못해 얼라들도 뿔따구 났겠지만, 다행히도 이듬해에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운동회가 다시 부활했습니데이. 당시 문교부는 운동회 개최 때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운영비를 30% 인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예.
전염병 때매 가을운동회를 못했던 때도 있었던 거 아십니꺼? 코로나19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예, 2002년에는 경남 지역 학교에 '아폴로 눈병'이 싹 돌아뿟다 아입니꺼. 거기다가 태풍 피해도 억수로 컸고예. 특히 아폴로 눈병으로 경남도내 261개교가 임시휴교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데이. 2003년 9월에는 태풍 '매미'가 부울경 지역을 초토화시키뿌면서 이때 가을운동회도 고마 물건너갔습니더. 얼라들 참말로 서분했을낍니데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가을운동회
머 세상 만사 다 마찬가지겠지만, 가을운동회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뀝니더. 어른들 기억 속 가을운동회 최고의 먹거리가 삶은 계란, 밤 등이었다카네예. 먹을 것도 항그 생기면서 운동회 음식도 점점 다양해졌습니데이. <부산일보> 2003년 10월 9일 자 기사 '밤·달걀에서 치킨·족발로'는 2000년대 초반 당시 운동회 음식의 변천사를 소개하고 있네예. 기사를 함 볼까예.
"밤과 달걀은 이미 운동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 반면 김밥은 요즘에도 명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밤과 달걀의 자리는 통닭과 족발, 그리고 햄버거 등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 푸드가 차지했다. 여기다 갖가지 과일 야채를 버무린 샐러드까지 운동장에 등장했다."
어디 변하는 게 먹거리뿐이겠습니꺼. 온종일 하던 운동회가 퍼뜩 끝나버리기도 하고예, 프로그램도 다양해졌지예. <부산일보> 2007년 10월 11일 자 보도 '바뀌어가는 가을운동회'에는 달라진 운동회 풍경이 잘 드러나 있네예. 기사를 보니 운동장에 돗자리 깔고 궁디 좀 붙이고 있으니까네 운동회가 오전 중에 끝났뿟고,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으로 대체했다고 합니더.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운동회도 이리 바뀠다카니 우짤 수 없지예.
변해버린 운동회의 '끝판왕'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가을부터입니더. 그래도 운동회 한다카면 학부모들이 선생님 고생하신다고 도시락도 준비해 드리고 했는데, 고마 물도 못주는 시대가 되뿐거지예. <부산일보> 2016년 10월 17일 자 기사 '물 한 병도 안돼요, 달라진 가을운동회'에는 "각종 간식과 물따위를 보내오는 학부모들의 손길이 '뚝' 끊겼고, 학교들 역시 관련 단체 문자메시지와 가정 통신문을 잇달아 보내며 몸을 낮추고 있다"고 바뀐 상황을 전하고 있슴더.
사실 시대가 변하면서 가을운동회의 사회적 관심도 떨어진 게 사실입니더. 가을운동회 관련 언론 보도 횟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만 보면 알 수 있지예.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서비스를 이용해 1990년 1월 1일부터 2020년 10월 23일까지 54개 언론사에서 가을운동회를 언급한 뉴스 통계를 함 뽑아봤지예.
2011년 196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그담부터 보도 횟수가 사부작이 줄더만 올해는 꼴랑 16건만 언급됐네예. 세상이 변하면서 가을운동회를 대체할만한 것들이 그만큼 많아진 거겠지예. 그래도 그때 그시절 가을운동회가 억수로 그립습니더. 내년에는 우리 아들 딸이 시원한 가을바람 맞으며 운동장을 냅다 뛸 수 있을까예?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2020-10-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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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뉴스] 가을 태풍 무서븐 거 아시지예? 대비 단디 하이소
[읽기 전 잠깐] 우리 생활과 밀접한 데이터와 스토리를 접목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글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사투리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올해는 유달시리 천재지변이 많습니더. 코로나19에다가 얼마 전에는 엉성시럽게 길었던 장마도 있었고예, 폭우까지 쏟아지뿌가꼬 전국에서 인명피해도 많았다 아입니꺼. 그런데 이제는 태풍까지 올라온다카이 참말로 올해는 와 이런지 모르겠심더.
특히나 지금 오고 있는 제9호 태풍은 이름이 뭐라 카더라…'마이삭'! 이름도 얄구진 요 태풍은예, 억수로 강한 바람을 동반하고 있다 카데예. 한마디로 역대급이랍니더. 마 우리 팀장님도 "니 사투리 뉴스 너무 오래 쉬는 거 아이가"하면서 은근히 쪼으고, 태풍도 올라오고 케서 이번 사투리 뉴스에서는 역대 태풍을 함 다뤄봤지예.
■ 2001년 이후 상륙 태풍은 16개
'북태평양 서남부에서 발생하여 아시아 대륙 동부로 불어오는, 폭풍우를 수반한 맹렬한 열대 저기압.'
요게 바로 태풍이라는 겁니더. 역시 지구과학 시간에 배았지예?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977년 이후부터 발생한 태풍을 검색할 수 있습니더. 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2001년부터 찾아볼 수 있습니데이. 당연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이 궁금하지예?
영향을 준 태풍은 상륙을 포함해서 한반도 인근 해상을 지났던 태풍들을 말합니데이. 2001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63개입니더. 연도별로 보면, 2019년에 7개로 제일 많습니데이. 그담으로 2018년, 2012년, 2004년 각각 5개로 두 번째로 많았던 해고예.
이 중에서 어떤 놈들이 상륙했는지 함 보입시더. 아무래도 직접 땅 위로 기 오른 놈들이 더 큰 피해를 주겠지예. 같은 기간 한반도 상륙 태풍은 모두 16갭니더. 2012년에 태풍 '카눈(7월)' '덴빈(8월)' '산바(9월)' 3개가 한반도에 상륙했는데예, 이때가 제일 많은 태풍이 기 올라왔던 연도라예. 그라고 2019년하고 2018년, 2010년, 2002년에 각각 태풍 2개가 상륙했습니더.
상륙했던 태풍은 물론이고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이 아예 없었던 시기도 있었지예. 바로 2009년 아입니꺼. 그때는 나랏님이 덕이 있어서 그랬는지… 보자, 그때 대통령이 누구였던고… 압! 다음으로 넘어가겠심더.
■ 매미에 초토화된 부산·경남
땅으로 기 오른 태풍 중에 제일 쎈 놈은 뭐니 뭐니 해도 추석 연휴를 공포에 떨게 했던 바로 '매미'지예. 2003년 9월 12일 오후 8시께 경남 사천으로 상륙했습니더. 그때 매미 중심기압이 950hPa,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40m였고, 일 최대 풍속은 초속 51.1m로 역대 1위였습니데이.
매미는 12일 오후 9시쯤에 경남 함안, 11시에 대구 남서쪽 20km까지 접근하고 다음 날 13일 오전 2시 30분에 경북 울진군 동해안으로 빠져 나갔지예. 태풍 매미가 지나갈 때 마 말도 마이소. 사상자가 130명이나 발생하고예, 재산 피해가 4조 2000억 원대나 됩니더. 도로 뿌사지고, 다리도 무너지고, 자동차 침수되고, 전쟁터나 다름 없었습니더.
부산항에는 신감만부두하고 자성대부두 크레인도 자빠졌다 아입니꺼. 바람이 얼마나 강했으면 크레인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졌을까예. 이 와중에 우암부두 크레인은 화를 면했다고 합니더. 와 그런지 보니까네 <부산일보> 2003년 9월 14일 자 3면에 "우암부두의 경우 상대적으로 내륙 쪽에 있어 태풍 중심 방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합니더. 그라고 해운대에는 해상호텔로 사용하는 선박이 있었는데 매미 때문에 좌초가 되뿌가 몇 년 동안 '유령선'으로 둥둥 떠 있었다 아입니꺼.
마산에도 피해가 심각했습니데이. 마산항에서는 해안저지대에 해일이 몰아치가꼬 침수되면서 18명이나 유명을 달리했지예. 마산항은 1900년 개항한 이래 해일 재해가 단 한 번도 없었다캅니더. 그런데 태풍 매미가 이 기록을 깨뿐 거라예.
이렇게 엄청난 짓을 하고 소멸한 매미는 태풍 이름에서 완전 퇴출됐심더. 매미 대신 '무지개'라는 이름으로 바까뿠다 아입니꺼. 마찬가지로 2005년 일본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나비'도 제명되고 '독수리'로 이름을 바꿨지예. 매미가 부산·경남을 할퀴고 지나간 지 20년이 다 돼가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심장이 벌렁거립니더.
■ 마린시티 삼킨 차바
이번에는 비교적 최근인 2016년 10월에 내습했던 제18호 태풍 '차바'를 함 보입시더. 차바는 태국이 제출한 명칭인데, 꽃 이름이라고 합니더. 그런데 이노마는 이름하고 정반대로 무지막지한 놈이었지예. 차바는 중심기압 970hPa, 최대풍속 초속 35m였고예, 10월 5일 오전 11시에 부산에 상륙했습니더.
차바 때문에 난리가 난 데는 부산 최고의 부촌 마린시티였지예. 아파트 사이로 높이 10m 이상 집채만 한 파도가 몰아치가 바닷물이 마 콸콸콸 들어오는데, 영화 '해운대' 실사판이나 다름없었다 아입니꺼. 차들이 파도에 휩쓸려 떠밀리가고, 보도블록이 뿌사지가 나뒹굴고, 가로수하고 가로등도 쓰러지고… 하이고 마, 엉망도 이런 엉망이 없었심더.
파도가 이리 많이 넘어가뿌니까 물고기도 같이 땅으로 넘어오는 일도 벌어졌다 아입니꺼. 횟집도 아이고 화단하고 도로에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걸 보면 기도 안 차겠지예. 그때 제 지인도 저한테 전화해서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우럭 잡았다"고 하더라고예.
사실 마린시티는 태풍 올 때 한두 번 침수가 된 게 아입니더.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미', 2010년 '뎬무', 2012년 '볼라벤' '산바'가 부산에 상륙했을 때도 마린시티가 물에 잠기뿌가 100억 원가량 재산피해가 났습니더. 2012년에 높이 5m 방파제 우에 1.3m 해안방수벽을 추가로 설치했는데, 태풍 차바 때 파도 높이가 10m나 되니 무용지물이었지예.
아무튼 마 이래나 저래나 지금 열심히 오고 있는 태풍 마이삭이 얼마나 큰 피해를 줄지 걱정입니데이. 특히 여름보다는 가을 태풍이 피해가 어마어마 했으이 더 그런기라예. 함 보이소. 1959년 9월 '사라', 2003년 9월 '매미', 2007년 9월 '나리', 2016년 10월 '차바'. 전부 가을 태풍 아입니꺼.
그라고 요즘 자연재해는, '기-승-전-기후변화'라꼬 이리 어마무시한 태풍이 오는 것도 기후변화하고 연관이 있다고 합니더. 지구가 점점 따시지면서 바닷물 온도도 올라 뿌면 태풍이 더 강력해진다고 하네예. 그라면 해수면까지 올라가뿌니 해일 피해도 더 크겠지예. 참말로 걱정입니더.
아무튼예, 이번 태풍 대비 단디 하시이소. 태풍 뒤에 꼭 살아서 뵙겠습니더.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2020-09-02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