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발] <31> 이도차완 비파색의 비밀
석가모니 '최후의 깨달음' 상징

이도차완의 비밀 중에서 가장 신비한 것은 비파색(枇杷色)이다.
'마하승기율'은 흙바루 색을 계율로 정해 두었다.공작새 목구멍 색,인도 두견새 색,집비둘기 색을 조화시켜 표현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세 종류 새의 색을 조화시킨 흙바루가 남아있지 않은 탓으로 과연 어떤 색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이 신비스러운 흙바루가 제작된 것은 BC 6세기 경인데,그 형태는 지금도 스리랑카,타이완,미얀마 등지의 사찰에서 사용하는 승려들의 쇠바루를 통하여 짐작할 수 있지만 색깔은 확인이 어렵다.
신비의 이 색을 추적해보기 위해 흙바루를 만들 때 기준으로 삼은 만다라의 법과 유사한 이도차완의 색을 비교해보자.
이도차완의 색을 비파색이라고 규정한 최초의 사람은 일본 차인들이었다.그런데 그들은 왜 하필이면 이도차완의 색을 비파나무 열매의 색이라고 말했을까?
그렇게 표현한 것은 일본 차인들이 지닌 탁월한 색채 감각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또한 비파나무의 원산지와 석가모니가 어떤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석가모니의 초인적인 수행생활과 위대한 깨달음에 다다른 모든 고난의 과정, 평등과 자비의 불법(佛法)을 가르치며 끊임없이 행동하고 실천한 사실들이 지닌 심원한 종교성과 비파나무가 역사적으로나 비유 혹은 상징적인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비파(枇杷. Eriobotrya Japonica)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상록의 교목이다. 다 자라면 높이가 5~10m 가량 된다.어린 줄기에는 갈색의 연한 털이 있고 잎은 넓은 도피침형인데 잎가에는 톱니가 있다.늦가을에 흰꽃이 피고 현악기인 비파(琵琶) 모양 열매가 이듬해 첫 여름에 노랗게 익는다.
완전하게 익기 전에는 연한 청록색 바탕에 노란 색이 감도는 미묘한 색의 조화를 느끼게 한다.
완숙에 가까워지면서 청록색이 점점 사라지고 노란 색이 주조를 이룬다.
동남 아시아의 온대,아열대 지방이 원산지인데, 중국,일본 등에서 과수 또는 정원수로 재배하기도 하며,과실은 식용으로 쓴다.
이와같은 비파나무와 동일한 식물이 인도 남부지방에서도 자생하고 있으며,석가모니의 초기 전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나무로 기록되어 있다.
팔리어(Pali語)로 딥팔라(Thippala)라는 노랑 과일이 열리는 나무가 석가모니 초기 경전에 나온다.
팔리어는 실론(Ceylon), 미얀마,샴(Siam) 등지에서 불교 경전에 쓰인 말이다. 원래 고대 인도의 속어 일종으로 산스크리트어와 같은 계통이다. 팔리(Pali)는 선(線), 규범의 뜻으로 쓰이다가 성전(聖典)의 뜻으로 변했으며 근대에 와서 언어의 명칭으로 되었다.
이같은 과일의 명칭인 딥팔라가 '한글 팔만대장경'(1963년.대한불교청년회 성전편찬위원회 편역,국민서관 발행)에는 '핍팔라'로 적혀 있다.
노란색 과일나무 '딥팔라'는 석가모니가 출가하여 고행하다가 깨달음을 이룬 때와 교단을 이루는 초기의 중요한 시기에 등장하는 나무다.
이 '딥팔라'가 음역되는 과정에서 '핍팔라'로 변하고,'핍팔라'는 다시 비파(枇杷)라는 사뭇 엉뚱한 새 이름을 얻게된 것 같다. 중국에서 비파라고 적힌 경전이 일본에도 전해졌고, 이 경전에 등장하는 노란색 과일과 이도차완의 색깔이 서로 비유된 듯하다.
석가모니 초기 경전에 나오는 딥팔라를 비파라고 해석했으며, 비파의 색과 이도차완의 색을 닮았다고 본 최초의 일본 차인은 불교승려이자 일본 다도를 완성시킨 센노 리큐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도차완,비파색은 석가모니의 초기 경전에 등장하는 '딥팔라'와 깊은 관련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글 팔만대장경' 제1편(부처님의 나타나심) 제4장(도를 이루다) 제1절(수자아타아의 유미죽)과 제2절(악마를 항복받다), 제6장(새 교단의 이루어짐) 제2절(큰 제자들과 교단의 성립) 편에 나오는 '딥팔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혀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석가모니의 나이 35(혹은 36)세 때 선과 악의 투쟁 즉 내적인 갈등의 극복으로 정각(正覺)을 얻어 부처가 되었다.
석가모니는 자신이 새롭게 발견한 진리(法)를 설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망설인다. 그러자 브라마 신이 나타나 빨리 설법하기를 권한다.
석가모니는 자신이 진리를 설법하더라도 과연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망설임이 생긴다. 망설임과 설법하려는 결의가 교차한다.
석가모니는 설법해야 한다는 결의와 함께 진리를 어떻게 설명하고 표현해야만 사람들이 듣는 것만으로 기뻐하여 깨닫게 될지를 생각했다.
자신이 깨달은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7주간의 명상에 잠긴다.
즉 6년 혹은 7년에 걸친 고행이 결국 목적을 달성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음을 뜻한다.
이에 석가모니는 극도로 약해진 몸으로는 완전한 깨달음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여 우유죽을 먹기 시작한다.
출가 때부터 함께 수행해 온 다섯 명의 동료는 석가모니가 우유죽을 먹는 것을 보고서 혐오했다. 석가모니는 먹는 것을 탐내며 정진하기를 포기했다며 떠나버렸다.
'나는 이 자리에서 일체지(一切智)를 이루지 못하면 다시는 일어서지 않으리라'며 7주간의 명상을 시작한다.
석가모니의 정진이 마지막 단계에 다다르자 욕망 세계의 지배자요 유혹자인 악마 마라가 석가모니를 방해한다.
'당신은 야위었고 창백하며 머잖아 죽게 되리라.살아라,그대여,삶은 더 좋은 것이다. 가치있는 행위를 하라! 그같은 처절한 노력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라며 유혹한다.
석가모니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욕망은 첫째 너의 군대,둘째 고결한 삶에 대한 혐오,셋째 굶주림과 목마름, 넷째 갈망, 다섯째 무감각과 게으름, 여섯째 겁많음,일곱째 의심, 여덟째 위선과 냉혹함, 아홉째 칭찬과 명예와 그릇된 영화,열째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는 것이다. 마라여, 나는 너에게 도전하노니, 만약 패배한다면 내 삶을 비난하라!
싸움에서 죽는 것이 패하여 사는 것보다 더 나으리라…' 하였다.
7주동안 최후의 명상이 있었던 자리가 곧, '그곳은 매우 정결하고 부드러운 풀이 비단처럼 깔려 있고,그 가운데 '핍팔라'라는 나무가 일산같이 솟아 있었던' 곳이다.
그 '핍팔라'나무 아래 바위 위에 앉아서 목숨을 건 최후의 명상에서 승리자가 된 석가모니였다.
석가모니는 7주간의 명상 끝에 이 법을 누구에게 먼저 전해줄지를 생각했다.
석가모니가 타락했다며 떠난 5명의 옛 동료들을 찾아가서 첫 법문을 해주기로 결심했다. 5명의 옛 동료들은 석가모니의 법을 듣고 깨달아 제자가 되었다.
이것이 저 유명한 초전법륜(初轉法輪)이다.
결국 '비파' 즉 '핍팔라'는 '딥팔라'이고,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처절한 각오를 실천할 때 뜨거운 햇볕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준 나무의 열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