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방분권] "지방정부 스스로 사업 기획하고 예산 결정하는 역량 필요"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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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재정분권이 핵심이다

예산 확보 통해 ‘하청기관’ 탈피
지방소비세 확대 등 현실적 대안
단순한 세입 확충만으로는 한계
돈을 책임있게 쓸 수 있느냐 중요
재정 넘어 ‘책임 분권’ 시대 도래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와 분권균형 회원들이 올해 1월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광역행정통합 추진 방향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와 분권균형 회원들이 올해 1월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광역행정통합 추진 방향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흔히들 지방분권의 성패는 재정분권에 달려 있다고들 했다. 중앙부처의 권한을 아무리 많이 이양받아도 이를 집행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하청기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0년을 넘기며 재정 분권에 대한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방에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면, 이제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결정하며 그 결과까지 책임질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경남의 재정분권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도 ‘5극 3특’을 중심으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국정 기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여전히 중앙정부가 사업을 설계하고 지방은 이를 집행하는 낡은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역자율계정이다. 지방정부에 자율적인 예산을 배정해 재정 자율성을 확대하는 게 당초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상당수 사업의 용도가 미리 정해져 내려온다며 불만이 팽배해 있다. 자체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거나 우선순위를 결정할 여지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고 보조사업 역시 같은 구조다. 17조 원 안팎의 부산시 전체 예산 중 40% 이상이 복지사업에 투입된다. 대부분 보건복지부가 설계한 국가사업이다. 지방정부는 국가 사업을 현장에서 집행할 뿐 실질적인 결정권은 거의 없다.

갈수록 예산 규모만 커졌지 정작 부산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책 규모는 고만고만한 수준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지방정부들이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지방소비세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사실상 7.5대 2.5 수준이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6대 4 구조에 도달하려면 지방소비세 확대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재정분권이 단순한 세입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의견도 나온다. 재정분권의 핵심은 돈을 얼마나 받느냐가 아니라 그 돈을 책임있게 쓸 수 있느냐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재수 부산시장 인수위에서 재정혁신 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한 부경대 이재원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정부에 예산을 내려주는 것보다 예산 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방자치 30년 동안 중앙부처 공모 사업과 국비 확보에만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지역이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설계하는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단순히 더 많은 재원을 내려보내는 것만으로는 지방분권, 특히 재정분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먼저 나서서 진일보한 재정분권의 방향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에서 언급한 복지사업과 연금사업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갖추고 있어 국가가 직접 집행하는 사업으로 돌려줄 것을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돌봄이나 생활서비스처럼 지역마다 여건이 다른 사업을 지방정부가 예산과 권한을 갖고 운영해야 할 수 있어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해양수도 부산 같은 국정 과제도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만으로는 해양수도 기능이 완성되지 않는다. 부산시가 해수부와 같은 격을 갖고 정책을 직접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재정 권한과 정책 권한을 함께 확보해야 전략 산업을 주도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는 재정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동시에 통합 이후 어떤 재정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회성 지원은 시간이 지나면 끝나지만 정책 결정권과 재정 책임은 끝까지 그 지역의 생존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기능별 큰 덩어리로 사업을 나누고 지방 정부가 예산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재정의 분권’이 아니라 ‘책임의 분권’으로 가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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