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호의 바둑산책] 프로의 기풍(棋風)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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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실전적인 행마나 한국적인 바둑을 구사하는 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훈 9단은 참으로 유별난 기사다. 강훈은 이름에서도 강미가 나타나지만 한마디로 파이팅이 좋은 기사다.

그는 바둑을 처절한 승부로 본다. 그는 언제나 바둑판을 삼킬 듯 노려보며 파고든다. 수읽기에 기본적으로 흥미가 있는 사람,즉 조치훈 같은 스타일이다. 조치훈이라고 하기엔 또 다른 측면이 강훈에게는 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기고 있을 때나 지고 있을 때나 사력을 다한다. 그래서 그와 바둑을 두다보면 그의 아교 같은 끈질김에 대부분 손을 들고 만다.

뭐랄까. 자학적으로 바둑을 대한다고 할까. '바둑은 싸움이다. 고로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 이런 식의 등식을 챙겨둔 사람 같다.

기풍이라는 것과 좀 별도로 강훈 9단을 얘기하자면 재미난 것이 또 착점을 할 때 내리찍는 듯한 '요다(依田紀基)식 착점'은 그가 원조라는 것이다. 그러면 강훈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는데 그는 기합(氣合)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조치훈식 끈질김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요즘 신예기사 중에 부산출신 김명완 5단은 동료기사들 가운데 가장 같이 두기 싫은 기사로 꼽힌다. 그는 기질상 한번 돌을 잡으면 제한시간이 1시간이면 1시간까지,3시간이면 3시간까지 끝까지 가는 습관이 있어서 그렇다.그것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 열심히 둔다는 개념은 좋은 일이지만 자칫 돌을 거두어야 할 바둑도 돌을 거두지 않고 있으면 그것은 반칙은 아니지만 실례가 된다.

또 아교질로는 이희성 3단이 있다. 강만우 8단의 수제자인 이희성 3단은 별명이 '조치훈'이다. 그는 앉았다 하면 무조건 5시간은 진을 뺀다. 체질적인 장고파여서 고민에 고민이 무척 많은 기사다. 사실은 신예기사 중 김명완 이희성은 별종이다. 따라서 그와 마주친 기사가 비신예기사라면 아예 대국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까지 있다.

이희성은 어릴 때부터 선천적인 장고파였다. 따라서 언제나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그는 잘 둔다. 따라서 그는 영락없는 조치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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