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원기자의 바른말 광] '도심'은 하나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제 곧 한글날이 코앞에 닥쳐오면 언론들은 '한글'뿐만 아니라 '우리말'의 오염까지 걱정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가장 우리말을 위협하는 것은,언론들의 이런 걱정처럼 일본어 같은 외래어나 비속어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 각자의 머릿속과 가슴속에 있는데,굳이 이름을 밝히자면 '우리말에 대한 무관심과 무신경'이다. 우리가 우리말을 사전에 약속한 대로 정확하게 제대로만 쓴다면 우리말이 왜,어디서 오는 위기를 맞겠는가.

'도심'(都心)은 말 그대로 '도시(都市)의 중심(中心)'이다. 지리시간에 대개들 배운 것처럼 서울의 명동이나 대구의 동성로,울산의 삼산동과 마산의 창동이 바로 도심이다. 부산은 예전에는 '남포동'이 도심이었지만,이제는 '서면'이 도심이라 할 만하다. 도심은 대체로 땅값이 가장 높고 상주인구는 별로 많지 않지만 유동인구는 많으며 그 때문에 시위가 자주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중심으로 자리잡은 도심 때문에 부산의 연산교차로 부근이나 서울의 영등포,청량리,신촌은 '부차적인 중심지',즉 '부도심'밖에 되지 못한다.

사정이 이렇지만 우리는 '도심'이란 말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 아예 다른 말로 쓴다. 황령산을 '부산의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산'이라고 하는가 하면 온천천을 '부산의 대표적 도심 하천'이라고도 하고,금강공원을 '도심 공원'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여기에 나온 '도심'들은 가만히 보면,도심이라기보다는 '도시'라는 뜻에 가깝다.

어느 신문을 보다 보니 '도심 속 미니 골프코스 탄생'이란 기사가 있어 '혹시나' 했는데,'역시나' 기사는 '부산 사직동'을 도심으로 부르고 있었다.

jinwoni@busanilbo.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