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칠공주' 순정남 박해진
원래 제 모습은 무뚝뚝한 부산 사나이…

아직은 서툴다. 대사 처리가 어색하고 표정연기도 부족하다. KBS 2TV 주말연속극 '소문난 칠공주'에서 연하남 역을 맡은 신인 탤런트 박해진에게는 이렇게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다. 그러나 극중에서 맡은 극단적 순정파 캐릭터는 풋풋한 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 시청자들은 벌써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박해진에게는 이번 드라마가 연기활동을 시작한 이후 첫 작품이다. 단 한편의 CF에도 출연하지 않았고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얼굴을 보인 일도 없는 100% 신인. 그러나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뒤 참여한 첫번째 오디션에서 여성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춘 순정만화적 캐릭터를 따내는 행운을 잡았다.
극중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 "당신이 나 때문에 행복했다는 말을 하게 할 자신이 있다"는 닭살스런 대사를 쏟아내는 그는 사실 "무뚝뚝한 게 더 자연스럽다"는 부산 사나이다. 지난 2004년까지도 연예인이라고 하면 'TV에서 보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던 평범한 청년. 그러나 우연히 만난 연예기획사 간부로부터 '찜'을 당하면서 인생의 행로가 달라졌다.
고교시절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옷장사를 하고 있었다. 부산 남포동의 옷가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팔다 업종 전환을 위해 서울의 거래처에 들렀다 연예기획사인 서세원미디어 관계자에 의해 캐스팅됐다.
"이전까지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어서 처음엔 망설였어요.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 보겠느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죠." 박해진은 이후 1년7개월 동안 단 한차례의 오디션에도 참가하지 않고 오로지 연기 연습에만 전념했다. 준비도 갖추지 않은 채 카메라 앞에 설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소문난 칠공주'의 제작진도 초반부에는 그의 출연분량을 의도적으로 줄이며 카메라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군복을 입고 출연하는 장면에서 전혀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그는 캐주얼 차림으로 등장하면서부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한때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 남자배우 부문 1위를 기록했을 정도.
팬이 늘어나면서 연기에 대한 비판도 함께 늘어났지만 박해진은 자신감을 보였다. "아직 연기가 많이 어색합니다. 제가 봐도 그런걸요. 연기가 노력만으로 좋아진다면 모르겠지만 경험을 쌓아야 실력이 늘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분명히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그는 극중에서 나설칠과 결혼에 골인해 본격적인 홈드라마를 펼치게 된다.
가끔 자신을 알아보는 팬을 만나면 너무 신기해서 어떻게 알아봤는지 물어본다는 박해진. 비현실적으로 헌신적인데다 순수하기까지 한 극중 캐릭터는 느끼한 맛이 없지 않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솔직함과 담백함이 빛나는 배우였다.
김종우기자 kjongwoo@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