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 빛나는 조연 배우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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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 연극적 연기 대신 내 안의 잠재력 끄집어냈죠'

영화 '밀양'에서 조연들의 연기는 낯설고도 친근한 소도시 밀양의 공기 그 자체다. 신애가 밀양을 처음 만나고, 지독한 절망과 마주한 뒤 다시 밀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얼굴, 양장점 주인 여자 역의 김미경(42·사진)씨는 그 중에서도 단연 빛난다. 지난해 그의 1인극 '생가계'를 눈여겨본 부산 독립영화 감독 김희진씨의 소개로 참여한 '밀양' 부산오디션에서 그의 연기를 처음 본 이창동 감독은 곧장 "부산에 저런 배우가 있었나"했단다.

"동네 아줌마들이 관광 버스 타고 놀러가고, 보험 아줌마들이 길거리에서 수다 떨고…. 진짜 밀양의 일상을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를 먼저 주시더라고요. "연기하지 마라"고 하시기에 저희들끼리 농담 삼아 "그럼 집에 가야지" 했었는데, 구체적인 디렉션 없이 배우 안의 진실된 모습을 끌어올리는 감독님의 연출에 감탄했어요. 그동안 길들여져 있던 연극적 연기 대신 만들어지지 않은 내 안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보자, 그렇게 믿고 모험처럼 현장에서 떠오르는 대로 연기했어요."



"스크린으로 보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고 수줍어 하는 그는 사실 부산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연극인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습을 시작해 연출가 이윤택과 함께 1986년 가마골 극단 창단 멤버로 1980년대 후반 부산 연극계를 말 그대로 휩쓸었다. 연희단거리패, 부두연극단과 함께했던 '히바쿠샤''산씻김' 등 시사적인 상황극이 대표작이었다. 선이 굵고 카리스마가 강한 역할이 많아 '부산의 박정자'니 '땡크(탱크)'니 하는 별명도 이 때 붙었다. "이견이 없었던" 부산연극제 여자 연기상이나 부산 관객이 만든 관극지 '굿소리' 선정 올해의 배우도 이때다.

"신애가 양장점을 처음 방문해 인테리어를 바꾸라고 조언하는 제 첫 장면을 많은 분들이 좋았다고 이야기하세요.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경계하는 미묘한 표정 연기가 힘들었는데 사실 더 힘들었던 건 제 마지막 장면이에요. 정신병원에서 막 나온 신애가 애닯기도 하고 이끌리기도 하고…. 무신결에 신애에게"미쳤는갑다" 하고는 "엄마야!"작게 내뱉는 장면을 한 백 번은 찍은 것 같아요."

나는 배우
영화 '밀양' 양장점 주인
부산 연극계서 잔뼈 굵은
가마골 극단 창단 멤버
연극판 놀 만큼 놀았다…
영화 찍고 새롭게 변화
오는 9월
연극'엄마는 오십에…'맹연습


'밀양'부터 시작된 변화의 노력은 지난 1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 KNN의 단막극 '시어머니와 노래방'에서는 처음으로 코믹한 연기에 도전했고, '빙고'로 뮤지컬 무대에도 서 봤다. 지금은 오는 9월에 부산에서 공연하는 극단 윤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의 주연을 맡아 맹연습 중이다. 김동진 감독의 옴니버스 단편영화 '원빤지'의 대본도 받아둔 상태다.

"결혼하고 가졌던 8년 가까운 공백기가 참 아쉽다"는 그는 "지역문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산에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을 활발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엄마도 있을 수 있다"하는 새로운 엄마상도,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다이앤 키튼처럼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고 긍정적인 캐릭터의 여성상도 그가 꼭 해 보고 싶은 역할이다.

최혜규기자 iwill@busanilbo.com

사진=강선배기자 k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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