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로봇 만들던 실업고생 카이스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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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카이스트에 합격한 대진정보통신고의 '로봇 영재' 조민홍 군이 성장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로봇 만들던 실업계고 학생, 카이스트에 가다-.

카이스트(KAIST)는 과학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주로 과학고 출신들이 많이 진학한다. 부산의 한 실업계고 학생이 2010학년도 입학 전형에서 카이스트에 합격해 주목을 받고 있다.

대진정보고 조민홍군 입학사정관제 거쳐 합격

국내외 로봇대회 60번 이상 참가 여러 번 수상

인문계 다니다 전학… "진짜 로봇 만들고 싶어"


대진정보통신고 디지털 정보전자과 3학년 조민홍(18)군은 카이스트가 최초로 실시한 입학사정관제 '학교장 추천 전형'을 통해 150명의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국내외 60여개 로봇대회에서 실력을 발휘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조군은 2007년에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 한국 대회에서 대상인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 세계대회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어떻게 해서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는 뚜렷이 기억나지 않아요. 단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레고를 사주셨던 기억은 나요. 그 때 어머니가 형이랑 저한테 각각 같은 레고를 사 주셨는데, 형은 꼼꼼히 설명서를 읽고 착오 없이 형태를 만들어낸 반면, 저는 설명서 없이 형태만 보고 끼워맞추느라 낑낑거렸죠. 그 때 마음에 들 때까지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고를 하며 머릿속으로 제딴엔 복잡한 계산을 했던 기억이 나요."

어머니는 호기심이 많았던 조군에게 초등학교 1학년 때 '과학상자'를 사 줬고, 그 때부터 '과학상자'는 조군의 친구가 됐다. 조군은 또 과학잡지를 정기구독하게 해달라고 어머니를 졸라 1년 정도 과학잡지를 구독했다. 혼자서 이리저리 로봇 비슷한 것도 만들어 봤다. 그러던 중 과학잡지에서 로봇 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또 한번 어머니를 졸라 로봇대회에 출전했다. 여기에서 1등을 했다. 이때부터 조군은 로봇 만드는 일에 빠져들었고, '로봇 영재' 소리를 들었다.

조군은 처음에는 인문계고에 진학했지만 로봇에 대한 관심을 주체할 수 없어 1학년 2학기 때 로봇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대진정보통신고'로 전학을 했다. 조군은 이 선택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그 덕에 좋은 로봇 선생님을 만났고, 친구, 선후배들과 함께 밤을 새며 로봇 연구에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로봇'이라고 하면 로봇 청소기 정도를 떠올리는데, 저는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진짜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가능할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기술이 많이 근접해 있습니다. 아직은 기술적, 금전적 한계가 있지만 조만간 꼭 만들어 볼 거예요."

조군은 또 이렇게 덧붙였다.

"로봇이 그냥 움직이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복잡한 센서 변화값들에 따라 단위 변화가 일어나고 그에 따른 엄청난 계산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현재의 로봇들은 덜 논리적이고 덜 계산적이지만, 제가 꿈에 그리는 로봇들은 한치 오차도 없는 완벽한 것들입니다. '마징가제트', '메칸더V'를 실제로 보게 될 겁니다."

조군은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무엇보다 꿈을 가지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몰라 고민하는 친구, 후배들이 적지 않은데 꿈을 정하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 길이 만들어진다는 얘기였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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