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법정서 아무 말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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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 권인칠 변호사에게 밝혀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인 김길태가 1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 사상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앞으로 수사받는 동안이나 법정에서도 아무 말도 안할 겁니다."

부산 사상구 덕포동 이모(13) 양 납치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길태(33)가 12일 오후 1시 50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251호 법정 옆 변호사접견실에서 변호사에게 자신 있게 내뱉은 말이다.

지난 10일 검거후 3일째 경찰의 집중 수사를 받고 있는 김길태의 심정과 자신의 혐의에 대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겠다는 강경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어서 향후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길태와 마주 앉은 사람은 당직 국선변호인인 권인칠(48·법무 10기) 변호사였다.

본보 취재진은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권 변호사를 그의 사무실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김길태가 검거 이후 수사진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외부인을 만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순간이었다. 이에 앞서 경찰이 사선 변호인 선임 여부를 묻자 그는 "돈이 없는데요"라고 답한 터였다.

김길태는 숨어지내면서 술에 취해 친구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었을 정도로 복잡한 내면을 가진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검거 이후 이틀간 경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온 그는 '외로움'을 애써 감추고 태연한 척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처음에는 변호사인 저마저도 피하고 경계하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전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언론의 관심사로 오르는 데 대한 부담감으로 꽤나 힘들어보였어요. 제가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하니까 조금씩 긴장이 풀어지더군요."

권 변호사는 김길태와 나눈 '30분간의 대화'에 대해선 "김길태와 약속을 했다"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김길태가 말문을 열면서 외부, 특히 언론에 대화 내용을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1993년부터 10년간 군 법무관으로 일했고, 공군 군사법원장과 공군본부 법무감실 감찰부장까지 지내며 숱한 사건을 접한 베테랑인 권 변호사는 "김길태의 태도로 미뤄 앞으로 김길태가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물론 법정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며 말했다.

권 변호사는 "김길태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할 말 없습니다'고 말했다"며 "변호사로서 딱히 할 역할이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세익 기자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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