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人] 지리산 천왕봉 200회 등정 '철인 의사' 김태완 씨
"명산 오르면 금수강산 실감하게 됩니다"
"큰 사고 없이 지리산 천왕봉 200회 등정을 마칠 수 있게 지리산이 저를 품어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계 명산 트레킹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지난 10월12일 등산모임인 천지포럼 김태완(63·부산의료원 노인전문병원 외과과장) 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 200회 등정에 성공했다. 지리산 등정을 시작한지 20년 3개월만의 대기록이다. 김 회장은 "국내 세 번째 기록"이라고 자랑했다.
지리산 등정 20년 3개월
국내 세 번째 대기록 세워
지리산 왕복종주 12회
한국 최고기록도 갖고 있어
마라톤 풀코스 130회 완주
'철인 보건소장'으로도 유명
"40대 초반 산이 좋아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가족과 함께 산행하다 점차 고교동기, 사하로타리클럽 회원 등과 산행하고 5년 전 등산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오르다 보니 어느듯 200회 등정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지리산은 한국의 대표산이며, 그 기품과 정기에 반해 주1~2회 주말을 이용해 꾸준히 등산하고 친지들을 가이드해 주다 보니 200회 등정에 이르게 됐다는 설명. "산은 계절에 따라, 코스에 따라 새로운 재미를 보여줍니다."
200회 등정 동안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198회 등정 때 일입니다. 비 때문에 미끄러운 상태였습니다. 장터목산장 구간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그만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순간 아찔했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옷은 찢어졌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대신 알루미늄 수통이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그 수통은 킬리만자로에서 사온 것입니다. 그 수통은 지금도 가지고 다닙니다."
김 회장은 당시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은 '지리산과 킬리만자로 여신'이 자신의 허리를 보호해준 덕분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수통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고 한다.
"2008년 7월 말 천왕봉 100회 등정 기록을 세웠습니다. 100회 등정 기념으로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에 나섰습니다. 출발에 앞서 '지리산 여신에게 100회 등정 기념으로 킬리만자로 등정에 나서며, 킬리만자로 여신에게 안부를 전하겠다'고 기도하고 떠났습니다. 그때 킬리만자로 인근에서 구입한 게 바로 그 수통입니다."
김 회장은 천왕봉 200회 등정 기록에 앞서 지난 9월 지리산 왕복종주(노고단-천왕봉-중산리·2일간) 12회라는 '한국 최고기록'도 달성했다.
"일출 2시간 전에 출발해 중산리-천왕봉-노고단을 15시간 30분 동안 종주한 후 노고단 대피소에서 잠을 잔 후 다시 15시간 30분만 돌아오는 코스"라며 "한창 때는 13시간40분 만에 종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리산 천왕봉 등정과 지리산 왕복종주 틈틈이 백두대간·낙동정맥·낙남정맥 종주와 국내 100대 명산, 해외 유명산 산행을 즐겼다.
김 회장은 등산의 장점에 대해 "산행을 하면 명산의 정기를 받고 심신이 건강해진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명산을 즐기다 보면 우리나라가 금수강산임을 스스로 알게 되고, 이것이 국토사랑이며, 이것이 한민족 통일의 길을 염원하게 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마라톤 세계에서 '철인보건소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월드컵을 좋아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지리산 천왕봉 등을 오르면서 4강을 기원했고, 우리나라가 4강 신화를 이루었습니다. 꿈이 현실이 된 것이지요. 저도 변화해야겠다고 생각해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전국적으로 마라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강서보건소장 때 부산일보사 주최 부산바다하프마라톤대회 공고를 보고 강서보건소 내 마라톤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참석했다. 하프마라톤 4개월 만에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으며, 2010년 풀코스 130회를 완주했다. 김 회장은 현재 마라톤보다 조깅과 트레킹을 즐기고 있다고.
"내년 9월 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에 나설 생각입니다. 스피드는 젊은 사람에게 안 되지만 지구력은 자신있습니다. 전세계 유명 트레킹 코스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한편 김 회장은 부산 동구에서 태어나 성남초등, 동아중, 부산고, 부산의대를 졸업한 후 중동 건설붐 때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 취업했다. 이후 하단로타리에서 병원을 개업했다가 강서구 보건소장, 기장군 보건소장을 거쳐 2010년부터 부산의료원 노인전문병원 외과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