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음식이야기] 활성수소가 건강식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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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를 없애 준다는 각종 항산화제가 판을 치더니 이제 활성수소(수소수)라는 것도 등장했다. 몸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활성수소가 강력한 항산화제로 둔갑한 것이다. 이 역시 미국과 일본에서 유행하다가 한국으로 건너온 조악(粗惡)품이다. 문제는 자칫하면 인체에 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소는 전자 하나만을 갖는 원소로 두 원소가 결합하여 안전한 수소분자(H2)를 만든다. 산소와 마찬가지로 원자 하나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반응에 의해 생성되더라도 금방 안정된 형태로 바뀌는 성질이 있다.

수소 원자 하나만 존재할 때 이를 '수소라디칼'이라 부른다. 양성자 하나, 전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어 아주 불안정하다. 인위적으로 만들 수는 있으나 반응성이 강해 극히 위험하게 취급된다. 수소라디칼은 우리 몸에 흡수되지 않으며, 만약에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활성산소가 있는 곳에 도달하기도 전에 다른 물질과 반응하여 해를 입힐 위험성이 높다.

수소는 대개 양이온이지 음이온은 안 되는 원소이다. 양성자 하나에 전자 두 개를 가지는 음이온은 불안정하여,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물질을 무작위적으로 환원시키기 때문에 인체에 사용할 수 없는 독극물이다. 합법적으로는 시판될 수 없다.

문제의 활성수소 제품은 수소가스를 산호가루에 흡착시켜 만든단다. 물에 타서 마시면 수소이온, 음이온 혹은 수소라디칼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광고 문구에 따르면 이 제품이 몸속의 물과 만나 수소 마이너스이온(H-)을 생성하여 활성산소를 없애고, 동시에 전자전달계에 전자를 주어 에너지(ATP)생산도 가능하게 해 준다고 한다. 실로 허위 광고의 압권이다.

수소수에 수소이온이 있다면 산성이라 신맛이 나고, 음이온이 나오면 금방 반응해서 없어질 테고, 라디칼이 나오면 자기들끼리 붙어 수소가스가 되어 날아가 버릴 것이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수소라디칼이나, 수소음이온이 발생하지도 않으며, 그것이 체내로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그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큰일 날 뻔했다.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없는 독을 마시는 셈이 되니까. leeth@pusan.ac.kr


이태호

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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