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우리가 '넘버 원'] ⑦ 동강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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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신뢰 경영이 안정적 성장 버팀목"

동강금속㈜ 양일호 대표가 공장에서 막 생산된 고온고압용 단조 밸브를 보여주며 단조 제품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대화와 소통은 동강금속 번영의 지름길'

국내에 몇 남지 않은 단조 밸브 생산업체인 동강금속㈜(부산 사하구 다대동 소재)의 공장에는 이런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IMF때 부도 위기 등 극복
고압 단조밸브 기술 '최고'
300만 달러 수출탑 수상도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단조 밸브를 찍어내고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다른 제조업체보다 직원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양일호(52) 대표가 직접 짜낸 문구다.

양 대표는 "기업은 대표가 혼자서 잘 한다고 해서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일굴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가감 없는 대화와 소통을 지속하고, 우리 물건을 사가는 거래처에 반드시 납기일과 주문량을 지켜주는 반복된 신뢰 경영이 오늘의 동강금속을 있게 한 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동강금속의 창업주가 아니다. 보통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창업주가 가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어 오랜 기간 성장을 거듭하는 식이지만, 동강금속은 그렇지 않았다.

동강금속은 1993년 12월 경남 양산에서 창업주 박재성 씨가 설립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이후 불황과 거래처의 잇단 부도 등에 시달리면서 2003년 동강금속 또한 부도 위기에 몰렸다.

더구나 창업주는 단조 밸브를 제조하는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경영에는 그리 탁월하지 못했다. 양 대표는 그곳에서 4년간 영업부장으로 일했다.

양 대표는 "회사에 있으면서 여러 차례 사장님에게 직원들의 입장을 배려하는 경영을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잘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회사를 그만두고 1년 정도 개인사업을 했다"면서 "그 사이 동강금속이 부도 위기에 처하자 사장님을 비롯한 후배 직원들이 나를 찾아와 회사를 맡아 달라고 부탁해 아직 젊으니까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인수했다"고 전했다.

물론 처음에는 많은 부채 탓에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힘든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불안해하는 직원들에게 "파는 것은 내가 전문가니까 걱정 말고, 너희들은 무조건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열중하라고 항상 웃으며 다독였다"며 11년 전 일을 일러주었다.

양 대표가 인수할 당시 동강금속은 연 매출 18억 원, 35명의 종업원이 임대공장에서 일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천여 평에 이르는 3개의 자가공장에서 65명의 종업원이 220억 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동강금속은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경쟁력과 희소성을 무기로 보유하고 있다.

고온고압용 단조 밸브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 세워지는 수많은 발전소, 석유화학 플랜트, 제철소 등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며, 한때 선진국에서만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건비 부담이 높아져 점점 제조사가 줄어들고 있다.

중국산 저가 단조 밸브도 적지 않지만, 업계에서 이미 동강금속은 우수한 품질과 적절한 가격, 납기일을 철저히 지키는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두산,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동강금속의 단조 밸브는 멀리 유럽의 스웨덴, 네덜란드, 러시아는 물론 미주지역과 중동지역, 동남아 국가들로 팔려나가고 있다. 2012년에는 300만 달러 수출탑도 받았다.

동강금속은 2년 전 그동안 해외 수입에만 의존하던 영하 196도 초저온 가스용 밸브에 대한 제조승인을 가스공사로부터 획득해, 지난해 나로호 우주선 발사현장에 이 밸브를 납품하기도 했다.

양 대표는 "2007년 이곳 신평장림공단 끝자락에 공장부지를 사서 입주한 뒤 3년마다 인근 공장을 하나씩 사들였다"면서 "이런 성장을 일궈 준, 작지만 강한 단조 밸브처럼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으로 10년 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본보·한국무역협회 부산 지역본부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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