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책상 위를 보면 당신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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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눈에 띄는 인터렉티브 디벨로퍼 김종민 씨의 책상. 스윙밴드 제공

사진에 보이는 책상은 참 단출하다. 컴퓨터가 전체적으로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것으로 보아 그쪽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의 것인 듯하다. 그런데 책상 위에 놓인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 헤드폰, 그리고 해골은 또 뭔가. 책상 주인이 슬그머니 궁금해진다.

인터렉티브 디벨로퍼 김종민 씨, 그가 사진에 보이는 책상의 주인이다. 인터렉티브 디벨로퍼는 컴퓨터 화면 위의 움직임을 디자인하고 실제로 움직이도록 구현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움직임으로 나오는가,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반응하고, 화면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등을 고민하고 제작하는 일을 주로 한단다.

회사에 있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집에 있는 책상 앞에 앉는다는 이 인터렉티브 디벨로퍼는 책상에 놓인 물건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라고 대답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 '침묵이란 귀에 들리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내게 침묵을 들려줘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물건이 바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입니다."

데스크 프로젝트 / 김종민
그렇다면 해골은 또 뭔가. "특별한 영감을 주는 아이템지요. 개인적으로 해골을 굉장히 좋아해요. 유년 시절 부산의 바닷가에 살았는데 5~6살 때 집 근처 해변에서 어떤 전시가 열렸죠. 지금 떠올려 보면 바닷가에 몇 가지 조형물을 전시하고, 행위예술가들이 퍼포먼스를 하는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전시 소품 중에 석고로 만들어진 해골이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그게 너무 예뻐 보이고 갖고 싶어서 전시가 끝나는 날에는 사람들이 그걸 버려두고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매일매일 그곳을 찾아갔지요. 해골에 대한 나의 애정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데스크 프로젝트'는 '100명의 책상이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것들'이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당신에게 책상은 어떤 공간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100명이 들려주는 책상 이야기다. 2011년부터 4년 동안 전 세계 크리에이터 587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데스크 프로젝트'를 실시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는 앞에 나오는 바로 그 인터렉티브 디벨로퍼다.

31개 나라 71개 도시에 살고 있는 100명의 크리에이터들이 책에서 자신의 책상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내 인생의 가장 좋았던 시간들을 생각나게 하는 추억의 연결고리' '내게 책상이 없다면 나는 민들레 꽃씨를 쫓는, 길을 잃어버린 강아지이고 톱 없는 목수다' '내 뇌의 아웃풋' '내 마음이 사람이라면 내 책상은 그의 집이다' 등 책상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깃거리가 펼쳐진다. 김종민 지음/스윙밴드/292쪽/1만 6천 원. 임성원 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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