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아홉수, 인생 나이테 만드는 시기"
입력 : 2015-02-05 20:01:02 수정 : 2015-02-09 11:54:06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누군가 재수가 없거나 일이 꼬여 사업에 실패했을 때 주변에서 흔히 "삼재라서 그래"라든가, 아니면 "아홉수라 그래, 액땜했다 생각해"라며 위로하곤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삼재와 아홉수는 이처럼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말이 돼버렸다. 믿자니 그렇고, 안 믿자니 찝찝한 삼재와 아홉수. 현대를 사는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설(삼재와 아홉수는 음력 기준)을 앞두고 청화학술원 박청화 원장을 통해 삼재와 아홉수에 대해 알아본다.
혼란·변화 부르는 '삼재(三災)'
외부 요구 맞서면 어려움 닥쳐
변화 흐름에 자신 맡기는 게 방편
숫자 9 들어가는 '아홉수 나이'
마지막이란 의미 탓 불안감 주지만
악운 끝내는 긍정적 전환 되기도
■삼재땐 외부 변화 요구 강해
삼재(三災)는 사람에게 닥치는 3가지 재해를 말한다. 흔히 병난, 역질, 기근 또는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가 그것이다. 십이지(十二支)로 따져 태어난 해가 사(巳)·유(酉)·축(丑)년인 사람은 해(亥)·자(子)·축(丑)년, 신(申)·자(子)·진(辰)년인 사람은 인(寅)·묘(卯)·진(辰)년, 해(亥)·묘(卯)·미(未)년인 사람은 사(巳)·오(午)·미(未)년, 인(寅)·오(午)·술(戌)년인 사람은 신(申)·유(酉)·술(戌)년에 삼재가 든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사람은 9년마다 삼재가 돌아오는 셈이다. 올해는 을미년이니 돼지(亥)·토끼(卯)·양(未)띠가 삼재가 된다.
삼재는 혼란이나 변화의 성질을 가진다. 요컨대, 비행기를 타고 갈 때 외부에서 강한 바람(변화)이 불어와 할 수 없이 자신도 비행기와 함께 동반 변동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기는데, 인생으로 본다면 바로 이 시기가 삼재에 해당한다.
삼재운이 든 첫 해를 들삼재, 둘째 해를 누울삼재, 셋째 해를 날삼재라고 한다. 요컨대, 2015년 우리 나이로 49세가 되는 양띠(未)생은 올해가 날삼재가 된다.
박 원장은 "삼재는 성질상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부득이 인생에서 궤도 수정을 하거나 변동 수가 생길 가능성이 다른 때에 비해 높다. 이 시기엔 외부에서 강하게 변화를 요구하는데, 변화를 거부하면 어려움이 닥칠 수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재가 무조건 나쁜 작용을 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삶이 지지부진했던 사람은 오히려 새로운 일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거나 열리기도 한다. 연을 날릴 때, 갑자기 바람이 불면 연이 높이 날듯 삼재 때 이런 기운을 받아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삼재에 들면 외부 변화의 흐름에 자신을 잘 맡기는 게 좋다. 자기 의지를 앞세워 버티다간 자칫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 변화에 맞설 게 아니라, 바람 부는 대로 자신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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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청화(왼쪽) 원장이 상담하고 있는 모습. 청화학술원 제공 |
■끝자리 아홉수 나이는 전환기아홉수에 해당하는 19, 29, 39세에는 가정의 대소사를 치르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 이 수가 드는 해엔 결혼이나 이사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
박 원장은 "삼재(三災)니 아홉수니 하는 것은 모두 역학(易學)에서 나온 것"이라 했다.
역학(易學)에서는 10년을 1주기로 본다. 1주기에서 숫자 9는 완성이자 동시에 소멸을 뜻한다. 9는 안 좋다는 개념보다는 분깃점에 해당된다. 실제로 19, 29, 39, 49세 등 끝자리가 아홉수인 나이는 모두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이다.
1주기는 9나 10에서 완성되기 때문에 9는 종결이 된다. 지금까지 좋은 흐름이나 나쁜 흐름이 이어져 왔다면, 9에서 그 흐름이 끝나는 게 된다. 따라서 아홉수(9)가 든 시기는 인생의 변화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박 원장의 논리다.
박 원장은 이 시기에 이르면 여러 가지 변화의 징조를 먼저 살필 것을 주문했다. 아홉수 역시 변화의 기운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홉수의 시기는 뭔가가 갈무리되면서 오는 외부적 변화의 흐름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게 볼 게 아니라 이 시기에 발생하는 주변 상황이나 신체적 건강상태 등을 잘 체크해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아홉수는 심리학적 측면에서도 해석될 수 있다. 10진법의 세계에서 보면 9는 꽉 찬 숫자라는 것. 따라서 9를 넘으면 단위가 새롭게 바뀌므로 마지막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9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해석한다. 중국에서 9는 행운의 숫자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삼재와 아홉수는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박 원장은 "아홉수는 별의 변화(천체의 위치 변화 또는 별의 위치 변동)로 오기 때문에 정신적 지향성이나 방향성에 영향을 준다면, 삼재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의 변화와 연관이 있어 현실적 무대나 상황의 변화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이런 걸 애써 무시하며 살고 싶은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박 원장은 "무시한다고 천체 기운(천체의 변화 기운)이 멈추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시한다고 해가 안 뜨고 달이 안 뜨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삼재나 아홉수 모두 천체 기운이니까, 언제나 신중한 자세로 모든 변화에 대응하는 마음가짐이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삼재나 아홉수가 들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석 달 열흘 부는 삭풍은 없다. 겨울이 길면 3개월이고 짧으면 석 달 열흘이다. 나무가 겨울나기를 하듯이 우리 인생도 겨울나기를 한다고 생각하라. 만사에 조심해 내부적으로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 힘은 내공이 된다. 내공을 기른다는 측면에서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가을이나 겨울에 나이테가 만들어지듯 삼재와 아홉수는 인생의 나이테를 만드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박 원장은 "피한다기보다 이 시기에 내면적인 힘을 기르면서 미래를 찬찬히 설계해 나가는 게 가장 바람직한 처세법이다"고 충고했다.
수년 전 유명 연예인이 과거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겪었던 마음고생을 방송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는 아홉수를 겪으며 괴로운 현실에 힘들어하고 있는 한 관객의 사연을 접하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그를 위로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처음에는 일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삼재니까 어쩔 수 없나 봐. 그래 아홉수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현실에 힘들어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금의 휴식기는 신께서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지금까지 못해 본 걸 해 볼 수 있는 시간이고 내가 해 보고 싶은 걸 이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고 생각하자 일도 뜻대로 풀렸다고 소개했다.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도 삶의 지혜이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