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의 목적'김유연①, "비키레스는 수위를 낮추고 낮춘 드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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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 드레스 기억하세요? '비키레스'는 밧줄 드레스를 만든, 그 디자이너의 작품이에요"

지난 달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김유연이 가장 화제였다. 첫 주연작 '동창회의 목적' 여주인공으로 레드카펫에 선 김유연은 파격적인 드레스 '비키레스'로 단박에 현장은 물론 온라인까지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지난 13일 오후 프레스센터 14층에서 만난 김유연은 생각보다 수수하고 소탈한 모습이었다.

"처음 디자이너분이 내놓은 드레스와 저희가 생각한 드레스는 많이 달랐어요. 우리는 계속 드레스를 좀 순화하자고 했지만, 디자이너분은 '맡겨달라'고만 했죠. 이후로도 수십 수백 번의 피팅과 회의를 거친 후 수위를 낮추고 낮춘 드레스가 '비키레스'에요"

그렇다면 김유연은 '비키레스'가 마음에 드는 걸까. "반반이에요. 그것으로 많은 분들께 저를 알린 것은 좋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배우 김유연보다 '비키레스 김유연'을 먼저 떠올릴 것을 생각하면 아쉬워요. 저는 정말 연기가 하고 싶거든요"

김유연의 대답은 사뭇 진지했다. '비키레스'가 너무 강력해서 영화 '동창회의 목적'의 유진 역할이 묻혔지만 사실 김유연은 배우로 데뷔한지 8년째다. '비키레스'보다 배우로 알려지고 싶다는 김유연은 사실 레이싱걸 출신이라는 뜻밖의 이력도 가지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한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가 어느 날 제게 사진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줬죠. 그런데 그 언니가 레이싱걸 매니저였어요. 저도 모르게 제 사진으로 레이싱걸 응시를 했고 덜컥 합격까지 된거죠"

김유연은 평소 차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기에 뜻밖의 레이싱걸 생활을 그만 둘까 생각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레이싱걸을 오래하게 된 이유는 동료들 때문이었다.

"시작하고 조금 지나니까 언니들이 정말 잘해주더라고요. 함께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차도 태워주고. 정말 친자매처럼 지냈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후배들에게 잘해주게 되더라고요. 그게 레이싱걸 생활을 지속한 원동력이에요. 지금도 연락하는 동료들이 있어요" 

김유연은 팬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인기 높은 대세 레이싱걸이었다. 이후로도 게임 모델, 아프리카 방송, 케이블 리포터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그랬지만 돌연 모든 것을 그만두고 연기로 전향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에 뜻이 있었어요. 서울 예고에서 국악을 전공했지만 연기에 도움이 될까 해서 한국무용을 부전공으로 했죠. 우연찮게 레이싱걸의 길을 걸었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늘 있었어요.그래서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자고 생각하고 다 그만두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죠"



그 결과 2008년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서 배우 김정민의 친구로 처음으로 연기를 하게 된다. 단역이었지만 김유연에게는 의미 있는 첫 발이었다. 이후 김유연은 2008년 KBS 드라마 '바람의 나라', 2010년 SBS 드라마 '대물' 등 정극을 비롯해 SBS '웃찾사'에서 개그까지 작은 역할도 마다 않고 계속 연기 생활을 이어갔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5년 영화 '강남1970'에서는 조연 '점순이'로 열연을 펼쳤다. 


"'동창회의 목적'은 에로 영화가 아니다. 힐링 영화다"

이후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상당한 노출과 베드신으로 화제가 된 '동창회의 목적'이다. 영화는 호평이지만 에로영화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에 대한 김유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일반 에로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적은 예산과 독립영화라는 면 때문에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동창회의 목적'은 개인적으로 힐링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김유연은 '동창회의 목적'이 에로영화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명 '액기스'만 보고 넘어가는 야한 영화가 아니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영화라는 것. 실제로도 많은 호평을 남기고 있다.

"'온전히 러닝타임을 소비할 수 있는 영화'라는 댓글이 기억납니다. 굉장히 고맙더라고요. 이렇게 영화를 보다보면 공감할 수 있는 면이 많아요. 제가 연기한 유진은 겉으로는 활발해도 속엔 상처가 많은 영혼이에요. 겉으로 잘 드러내지를 않아요. 그런 사람들 많잖아요. 이리저리 치이고 스트레스 받지만 쉽게 표출할 수 없는 상황. 그럴 때 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동창회를 가면 어때요? 즐겁잖아요. 치유되고 에너지도 얻고. 그런 면을 관객들이 많이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호평은 영화 내용 뿐 아니라 주인공들의 상황 연기에도 이어진다. 김유연은 "유진과 남주인공 동철의 '밀당'이 자연스러워서 자신의 여자친구가 생각났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극 중 유진과 많이 비슷해요. 말 많이 안 하고 듣기만 하는 스타일. 그리고 연애보다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고요. 그래서 '밀당'연기가 걱정이 되긴 했죠. 그런데 동철 역의 조인우씨가 굉장히 유쾌한 분이에요. 극 중에서도 유쾌한데 실제 성격도 그러다보니까 그 성격이 제 내면을 꺼내더라고요. 인우씨가 많이 리드해줬어요"

2편에 계속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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