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병준 새 총리 내정자 엄중한 책임감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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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로 내정한 것은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중립내각의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정국 주도권은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노무현 사람'이다. 경제 수장이 된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전남 보성 출신이다.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 역시 전남 영광 출신으로 노무현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야권 인사로 분류된다.

박 대통령의 이번 개각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고위 참모 5명을 경질한 데 이어 사흘 만에 단행한 인적 쇄신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지면서 참모진 인선보다는 내각의 쇄신 의지를 보여 주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사실상 거국중립내각보다는 '책임총리' 모델을 선택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중립 성향의 총리 내정만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국정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에 의견을 구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강행한 개각으로 인사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야 3당은 개각 발표 직후 "대통령이 비상시국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또 '최순실 사태'를 불러온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아 국민적 분노를 되레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격 개각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박 대통령 스스로가 새 총리에게 내치(內治)의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 내정자는 그의 이력을 활용, 여당은 물론 야권과의 협의를 통해 위기에 빠진 박근혜정부를 구하고 국정 공백을 막는 게 어깨에 지워진 짐인 셈이다. 이와 함께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 온 만큼 개헌 논의의 동력을 살려나가야 할 책무도 있다. 그러나 발등의 불은 야당과 국민을 설득해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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