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절벽 현실로] "이 시국에 송년회는 무슨…" 사라진 연말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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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과 어수선한 정국 상황으로 전통시장 등이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꽁꽁 얼어 붙고 있다. 1일 부산 동구 범일동 부산진시장 침구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 시민들이 동창회, 송년회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시내 식당, 호텔의 연말 예약 상황이 바닥을 친다. 전통시장이고 백화점이고 '연말 특수'를 포기했다는 얘기가 돈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 대통령 탄핵 논란으로 이어진 혼란스러운 정국이 연말 분위기를 꽁꽁 얼려 버리고 있다.

1일 날짜를 확인하면서 "벌써 마지막 달이냐"고 놀랐다는 시민이 한둘이 아니다. 그동안 관심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최순실 등 국정 농단 세력의 기가 차는 행태에 쏠려 있다 보니 한 해를 정리할 여유조차 갖지 못한다는 거다. 부산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중간 간부인 김 모(38) 씨는 지금까지 송년회 약속을 달랑 2개 잡았다. 김 씨는 "지난해는 12월 1일에 송년회 대여섯 차례는 했었는데 올해는 아직 한 번도 못 했다"며 "대신 답답하고 분통이 터져 촛불집회는 두 번 나갔다"고 했다.

호텔·식당가 예약률 '뚝'
불황에 김영란법까지 덮쳐
전통시장·백화점도 아우성


수영구 민락동에서 식당을 하는 조선애(53·여) 대표는 "하루 저녁에 3~4팀 받을 때도 많고, 주말이면 광안동 인근에 사람이 없다. 단골 중에도 '최순실 때문에 밥 안 먹는다'는 손님도 있고 주말마다 서면으로 집회 간다는 분도 적지 않다"고 울상을 지었다.

전통시장과 백화점, 호텔의 연말 특수도 포기할 판이다. 부산 중구 보수종합시장의 한 장난감 도매업자는 올해 말 완구 신제품 매입을 포기했다. 해당 업주는 "완구업계는 크리스마스에서 송년, 신년이 이어지는 지금이 한창 때인데 장난감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부산진시장 내 한 혼수점 업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장사보다 나라가 더 중요하지만 한창 결혼 시즌에 매출이 예년 절반도 안 나온다"며 "생업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왔으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든지 결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권택준 부산시상인연합회장은 "불황에 어수선한 정국까지 겹쳐 전통시장마다 손님이 줄었다고 아우성이다"라며 "주말에는 촛불집회를 가느라 손님이 더 적다"고 전했다.

관광서나 주요 기업 송년회 장소로 인기가 높은 부산의 한 호텔 내 중식당은 연말 예약이 지난해보다 20% 줄었다. 해운대의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9월 말부터 각종 학회나 협회 행사가 잇따라 취소돼 연말 송년회 시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순실 사태로 예년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고 토로했다. 대형 백화점 사정도 다르지 않다. 부산의 주말 촛불집회 장소인 서면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대표적이다. 11월 들어 토요일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 것. 촛불집회 열기가 더해지면서 19일 부산본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10% 안팎까지 떨어졌고 26일에는 그보다 낙폭이 더 컸다.

국민감정을 감안할 때 소비 심리를 회복시킬 방안이 없다는 점도 유통업계의 고민이다. 대조적으로 서면 일대 술집과 식당들의 토요일 매출은 늘었다. 서면의 A삼겹살집 업주는 "촛불집회에 나왔다가 답답한 마음을 못 풀고 술자리까지 갖는 분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기부도 큰 폭으로 줄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1월 기업 기부 액수는 44억 3700만 원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56억 6000만 원에 크게 못 미친다.

김영한·이혜미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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