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세특례법 개정 파장] 기업 빨아들이고 수도권 산단만 키우는 수도권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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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기업 지역유치 길 막고 첨단산업 육성 의지도 꺾어

경기도 성남의 판교창조경제밸리를 '4차 산업혁명'의 혁신 클러스터로 집중 육성하는 데 대한 비(非)수도권 지역의 반발이 거세다. 사진은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해외에서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 비(非)수도권 지역의 기업 유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침체된 지방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기도 성남의 판교창조경제밸리를 '4차 산업혁명'의 혁신 클러스터로 집중 육성할 경우 규제프리존특별법의 처리 지연과 함께 지방의 첨단산업 육성 의지를 두 번 꺾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 정국 이어지며
국회 법안 심의 요식 그쳐
비수도권 의원 상당수
'규제 완화' 모른 채 찬성표

부산 IoT융합도시기반 등
지역별 혁신산업은 뒷전

4차 산업혁명 클러스터로
판교창조밸리 육성 계획

■비수도권 기업 유치 악영향


정부가 '유턴 기업'(국내로 복귀하는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해 본격적인 세제 혜택을 준 것은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법'을 만들면서다. 이때만 해도 국가 균형 발전과 수도권 과밀 억제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세제 혜택 유턴기업의 범위를 비수도권 지역으로 한정했다.

이 같은 제도적 뒷받침에 따라 부산의 경우 2013년 이후 17개 기업과 유턴협약을 체결했고, 이 가운데 8개 기업이 지역으로 돌아와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정부는 유턴기업의 확대를 위해 더 많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따라 수도권까지 그 범위를 넓히는 규제 완화를 검토해왔다. 정부 용역과 정치권에서의 협의를 거쳐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관련 입법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과 이에 대해 비수도권 의원들의 반발 가능성이 적지 않았으나 예상외로 순탄하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연말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국회의 법안 심의가 요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처리된 12월 2일을 전후해 국회에서는 2017년도 예산안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가 이어지면서 법안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당시 법안 의결에는 재석의원 275명 가운데 27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비수도권 의원 상당수가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독소조항이 법안에 반영돼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수도권으로 복귀할 수 있는 유턴기업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의 기업 유치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이 법안에는 지방으로 옮겨올 기업에 대한 또 다른 혜택 축소 조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법에 있는 수도권과밀억제권역 밖으로 이전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에서 '해당 기업이 다른 기업과의 합병으로 중소기업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그 혜택을 제외하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질 경우 지방 이전 인센티브를 줄이겠다는 취지여서 또 다른 수도권 규제 완화로 볼수 있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도 수도권 몫인가

정부가 판교창조밸리를 4차 산업혁명 혁신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각 지역의 혁신산업 추진 주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와 14개 비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은 '규제프리존특별법'을 통해 지역별로 맞춤형 혁신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탄핵정국의 여파로 현 정부의 입법동력이 떨어지면서 처리가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규제프리존특별법에 규정된 지역별 혁신산업에는 △부산 IoT융합도시기반 서비스 △경남 지능형 기계 △울산 3D프린팅 △대구 자율주행자동차, IoT 기반 웰니스산업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 있는 분야가 적지 않다. 따라서 각 지역의 혁신산업들이 규제프리존특별법 입법 지연으로 어려움에 겪는데다 수도권 중심의 4차 산업육성책으로 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특히 판교창조밸리의 경우 지난해 본보의 '사라진 목소리, 국가균형발전' 기획시리즈(2016년 9월 12일 자)를 통해 편법적으로 대체공업용지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장이다. 따라서 정부가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원칙을 거슬러가면서 조성한 수도권 내 산업단지에 또다시 '4차 산업혁명 클러스터'라는 특혜까지 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판교창조밸리의 4차 산업혁명 혁신클러스터 육성 방안은 다른 지역 혁신클러스터를 제쳐두고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오는 4월까지 4차 산업혁명 관련 대책이 마련되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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