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특혜 눈먼 정부] 조특법 개정안 어떻게 통과됐나
정부 '끼워넣기 입법'… 지방 홀대 민낯 드러났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수도권으로 복귀할 때도 각종 세제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의 통과는 정부의 끼워넣기 입법과 국회의 허술한 심의과정이 빚어낸 지방홀대의 상징적 사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비(非)수도권 의원들은 이 법안이 지방도시의 기업 유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찬성표를 던져 자신들의 지역구 현안에 대한 고유의 입법권한을 내팽겨쳤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기재부, 법안 발의 주요 내용에서
수도권 유턴기업 혜택 언급 안 해
기재위 전문위원 보고서엔 포함
"의원들 문제의식 결여" 비판
"국회, 재개정 나서야" 촉구 목소리
■겉핥기 법안심사 비판여론
해당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해 9월 2일. 정부나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는 통상적으로 '제안이유'와 '주요 내용'이라는 부분을 통해 그 법안의 가장 중요한 조항을 강조한다. 하지만 기재부 측은 문제의 조특법 개정안에 유턴기업(국내로 복귀하는 해외진출 기업)의 수도권 복귀에 대한 세제혜택 조항을 주요 내용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법안이 어떤 문제가 담겨있는지, 다른 지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입법권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조특법만 해도 개정항목이 70여개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인데다 서민층에 대한 세제지원 혜택이 상당부분을 차지해 '수도권 특혜' 조항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법안이 제출된 시기와 심사기간이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국정 과도기에 지방의 반발이 예상되는 법안을 슬쩍 끼워넣기식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한 심사를 맡고 있는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의 문제의식 결여에 대해서까지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여론이 많다. 기재위가 지난해 12월 법안의 상임위 의결 직전에 받은 기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는 "유턴기업의 이전 대상지역을 확대하여 수도권 중 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으로 이전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내용이 분명히 들어있다. 결국 비수도권 지역구의 기재위원들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 전문위원이 낸 보고서 내용도 제대로 읽지 않고 법안 심사에 임한 것이다.
국회 내 지역구 의원의 세력분포가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진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0대 국회 전체 의원 가운데 수도권 의원 비율은 전체의 48.2%에 달해 역대 국회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불균형은 각 상임위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기재위 소속 의원은 모두 26명인데 수도권 14명, 비수도권 10명, 비례대표 2명으로 수도권 의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비수도권 지역의 현안인 '규제프리존특별법' 같은 법안의 경우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뒤 임기종료로 폐기됐고, 20대 국회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다시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 입장에서는 그다시 시급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점에서 원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