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PK 부동층, 그들이 움직이면 판세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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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부산·울산·경남(PK)의 부동층이 다른 지역보다 높거나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부동층이 PK에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은 향후 대선 전망과 관련,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대 총선 기준 PK지역 유권자는 전체의 17% 정도에 이른다. '고향의 표심'과 동조화 현상이 강한 서울·수도권의 PK 출신들까지 감안하면, 이른바 'PK표'는 전체의 25~30%에 달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런 의미에서 PK 부동층의 증가는 19대 대선의 '불가측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 37.9%
3명 중 1명은 표심 못 정해
1월 말~2월 초 배 이상 증가
전국 평균 대비 8%P 이상 ↑
보수층 이탈이 가장 큰 원인

기관마다 조사 기법의 차이로 부동층의 비율의 크게 차이가 있지만 PK지역 부동층이 유달리 높은 것은 분명하다. 설 연휴 직전 문화일보(1월 23~24일) 조사(중앙여론조사공정심의위 참고)에서 PK 부동층은 전체 평균(12.0%)보다 2.6%포인트 높은 14.6%였다. 그러다가 한국갤럽 조사(1~2일)에선 PK 부동층이 27%(전국 평균 22%)로 늘어났고, 동아일보 최근 조사(3~4일)에선 37.9%로 급증했다. 적어도 PK 응답자 3명 중 1명은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대부분의 전문가는 보수층의 이탈이 PK 부동층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탄핵 열풍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 박근혜'가 상당하다"며 "특히 PK지역 보수층에서 의도적으로 응답을 회피하거나 지지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부산일보 신년 여론조사(1월 2일 자)에서 PK 응답자의 68.1%가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인용돼야 한다'고 답했지만 새누리당 지지자의 77%는 반대로 '기각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PK 보수층이 입을 닫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문재인·안희정·이재명·안철수·손학규 등 비(非)보수 진영의 지지율은 70%에 육박하지만 보수진영 지지율은 모두 합쳐도 10%대에 머문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아무리 보수가 침묵하는 시대라고 해도 보수 성향이 강한 PK지역에서 비보수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비보수 후보의 지지율이 더 이상 늘어날 수 없을 정도로 최대한 반영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각 당의 경선을 거쳐 본선이 되면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주자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PK 부동층이 오히려 민주당 후보에게 쏠릴 것으로 전망한다. 문재인 캠프의 한 인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 PK 부동층은 결국 이 지역 출신 문 전 대표에게 몰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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