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 돌파구 마련, 핵시설 폐기·북미관계 개선 ‘빅딜’ 기대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6일 오전 오산 미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평양에서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북·미 2차 정상회담의 오는 27~28일 베트남 개최가 확정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 큰 결단으로 교착 국면에 빠진 비핵화 정국에 돌파구를 마련할지 세계의 관심이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비건 대표 파격적 평양행 결정
김영철 부위원장과 회동 예상
연락도 마땅치 않은 ‘호랑이 굴’
미국 ‘강력한 협상 의지’ 해석
미·중 회담도 비슷한 시기 개최
남·북·미·중 4국 정상회담 예상
한반도 분단 당사국 한자리에
‘대립의 시대’ 끝낼 계기 마련도
■美 비건, 평양행 ‘파격’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발표와 함께 북·미는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 가동을 본격화했다. 미국 측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6일 비행기 편으로 평양을 방문했으며,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북한대사와 회담에 착수했다. 두 사람은 합의문을 채우기 위한 ‘밀당’을 회담 직전까지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 대표의 평양 체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북·미 실무협상이 하루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체류기간 동안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날지도 주목되지만 비건 대표가 차관보급이라는 점에서 고위급 대표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이 크다.
비건 대표가 판문점이 아닌 평양을 협상 장소로 받아들인 것은 예상을 뛰어 넘은 파격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지며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평양은 미국 공관이 없고 통신망도 북한의 통제하에 있는 데다 실무협상 도중 워싱턴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비건 대표가 ‘호랑이 굴’에 뛰어든 것은 미국의 협상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만간 정상회담을 위한 의전 준비 채널도 가동될 전망이다. 지난해 1차 정상회담 당시 싱가포르에서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만나 의전·경호 등 로지스틱스(실행계획)를 논의했었다. 특히 정상회담까지 불과 3주밖에 남지 않아 양국 당국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의제와 의전이라는 투트랙 협상을 통해 양국 간 입장 조율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고위급이 나서는 ‘세 번째 트랙’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빅딜’ 기대감
지난 4일 비건 특별대표가 서울 시내의 한 호텔을 나서는 모습.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빅딜 성사 여부가 핵심이다. 국제사회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상황에서 열리는 2차 회담인 만큼 북·미 모두 구체적인 조치에 합의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가는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그에 대한 미국 측 상응 조치가 나올 것이란 기대다. 비건 대표는 최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미국의 상응 조치를 조건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했고 ‘그 이상’을 언급하며 ‘플러스알파’에 대한 이행 의지를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상응 조치로 북·미 간 신뢰 구축,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적정 시점에서의 대북 투자 지원 등을 언급했다.
특히 2차 북·미 담판은 김정은 정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결단이 나올 공산이 커 보인다. 비핵화를 되돌릴 수 없는 국면에서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발전에서 진전이 없다면 북한 내 김 위원장의 위상과 지도력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집권 3년 차인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 고지에 등정하려면 북핵 해결이라는 외교적 자산이 절실하다는 점도 빅딜 성사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남·북·미·중 빅 이벤트?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결정된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도 비슷한 시기에 열릴 것으로 전해지면서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빅 이벤트’가 펼쳐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반도 분단의 핵심 당사국인 4개국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국전쟁 이후 계속돼 온 대립의 시대를 끝내고 확고한 평화로 나아가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종전선언을 위한 다자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향후 3주간 협상 진행 상황을 보아가며 조심스럽게 4자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외교력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도 남·북·미 3자 또는 중국까지 포함한 4자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4개국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