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치 올리자” 줄잇는 LH 이름 떼기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동구 범일동 ‘범일LH오션브릿지’ 아파트는 지난해 ‘LH’를 빼고 ‘오션브릿지’로 아파트 이름을 바꿨다. 사진에서 오른쪽에 우뚝 서 있는 아파트가 ‘오션브릿지’ 아파트다. 부산일보DB 부산 동구 범일동 ‘범일LH오션브릿지’ 아파트는 지난해 ‘LH’를 빼고 ‘오션브릿지’로 아파트 이름을 바꿨다. 사진에서 오른쪽에 우뚝 서 있는 아파트가 ‘오션브릿지’ 아파트다. 부산일보DB

LH가 부산지역에 공급한 공공분양 아파트들이 아파트 이름에서 ‘LH’를 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LH가 지은 ‘임대아파트’라는 선입견과 오해로 집값 등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입주민들이 개명을 통해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임대 아파트’ 선입견 탈피

LH 공공분양아파트 ‘개명’ 러시

입주민 80%만 동의하면 가능

2017년 입주 범일LH오션브릿지

‘오션브릿지’로 변경 효과 톡톡

신평천년나무·명지오션타운도

아파트 이름 변경 추진 움직임

LH “상반기 새 브랜드 공개”

‘LH’ 빼고 ‘오션브릿지’로

2017월 7월 입주한 부산 동구 범일동 ‘오션브릿지’(652세대) 아파트는 원래 이름인 ‘범일LH오션브릿지’가 바뀐 이름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민의 80% 이상 동의를 받아 지난해 8월 개명을 완료했다.

‘오션브릿지’는 2014년 10월 LH가 공공분양한 아파트다. 시공은 민간 건설사가 맡았다. 입주자들은 입주 전부터 아파트 명칭 변경을 추진했으며, 입주 뒤 입주민 동의 등 절차를 거쳐 개명을 끝냈다.

개명 뒤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 아파트 입주민이기도 한 김상수 오션브릿지 공인중개사무소 소장은 “분양가 대비 최대 1억 원 이상 오른 가격에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이미지 개선에 따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이름을 바꾸려면 관련법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입주민의 4분의 3(75%) 이상 동의를 받은 뒤 지자체에 신고해 심사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입주민 전원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서면으로는 5분의 4(80%) 이상 동의를 받으면 개명 추진이 가능하다. 이 역시 집주인에게 개명 추진 이유를 방문 또는 우편 등으로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아야 해 쉽지 않다.

줄 잇는 ‘LH’ 이름 떼기

LH가 부산지역에 공공분양한 다른 아파트들도 아파트 이름에서 ‘LH’를 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입주를 한 아파트는 물론,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들도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 개명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6년 12월 입주한 사하구 ‘신평LH천년나무’(900세대) 아파트는 현재 개명을 위해 입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 뒤 각 세대가 등기를 마친 상황이라 법적인 절차까지 이행해야 해 까다롭긴 하지만 현재 많은 입주민들이 개명의 필요성을 얘기해 동의서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LH 부산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입주한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명지LH오션타운’(1201세대) 입주민들도 LH에 아파트 개명 관련 절차를 문의하는 등 아파트 개명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LH가 북구 만덕5지구 1블록에 2016년 공공분양한 ‘금정산LH뉴웰시티’(1677세대)의 경우에도 일부 입주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올 10월 입주 이후 아파트 이름 변경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H 측은 “LH의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 임대이기 때문에 소유권이 LH에 있어 원칙적으로 아파트 명칭 변경이 불가능하며, 입주민들이 적극 요구할 경우 LH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LH의 공공분양 아파트는 준공 후 소유권이 수분양자인 입주자들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입주민 동의만 있으면 LH와 협의 없이 언제든지 개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대아파트 아닌데…’

‘LH’ 이름 떼기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는 아파트 이름에 붙은 ‘LH’에 대해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은 ‘값싸고 질 나쁜 임대아파트’라는 잘못된 선입견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이에 입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아파트 이름 변경에 나서고 있다. 개명을 통해 이미지 개선과 나아가 아파트 가격 상승 효과까지 기대한다.

LH는 내심 씁쓸하다. 공공분양의 경우 공공택지 등에 전용 85㎡ 미만의 국민주택을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하는 분양방식이다. LH가 시행을 하며 시공은 민간 건설사에 맡긴다. 사업 주체가 LH일 뿐 민간분양처럼 일반 민간 건설사가 시공하지만 ‘임대아파트’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달려 있어서다.

아울러 LH는 국민의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무주택 신혼부부와 청년층 등과 저소득층을 위해 국민임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주로 공급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LH가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까지 임대아파트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LH는 2000년대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열리면서 공공분양 브랜드로 ‘주공그린빌’을 선보인 데 이어 2004년 ‘뜨란채’, 2006년 ‘휴먼시아’, 2014년 ‘천년나무’ 브랜드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지 쇄신에 실패했다. 최근에도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이미지 개선에 성공할지 미지수다. LH 관계자는 “새 브랜드가 상반기 중으로 공개될 예정”이라며 “공공분양 아파트까지 ‘LH’를 떼어내려는 곳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