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이 지역문화 거점 역할… 지자체 예산 파격 지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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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학관 세우자] 상. 광역시 문학관 운영 실태

부산문학관 설립 계획조차 없는 부산시와 달리 같은 광역시인 대구·인천·대전의 지역문학관은 6억~6억 5000만 원의 1년 예산을 투입해 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와 사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었다.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의 전시 내용과 관계자의 설명 모습. 부산문학관 설립 계획조차 없는 부산시와 달리 같은 광역시인 대구·인천·대전의 지역문학관은 6억~6억 5000만 원의 1년 예산을 투입해 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와 사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었다.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의 전시 내용과 관계자의 설명 모습.

부산시가 부산 문학사를 집대성하는 시민 문화의 전당으로서 부산문학관을 세워야 한다는 취지 아래 4개 광역시(대구 인천 대전 울산)가 운영·지원하는 지역문학관을 둘러봤다.

광역시 지역문학관(공립) 4곳을 둘러본 결론은 부산시가 부산문학관 설립에 시급하게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그렇게 앞서 나가고 있었는지 광역시들의 문학에 대한 관심과 배려, 예산 지원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대구·인천 등 6억대 예산 규모

시정 방향, 지역문학 가치 중시

인원 할당·행사 프로그램 탁월

운영 자율성·전문성도 돋보여


먼저 대구의 대구문학관(2014년 개관)과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2013년 개관)이 놓인 자리와 건물 자체를 보고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역사적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문학관은 대구읍성 공간의 부활, 근대골목 조성과 연계해 대구 근대문화예술의 중심인 향촌동에 있고,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은 문화재생 아트플랫폼으로 변신한 옛 제물포 개항장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대구문학관은 옛 상업은행 건물을, 한국근대문학관은 개항장의 옛 창고건물 몇 동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그 도시가 어떤 역사를 지닌 곳인가, 라는 역사성 위에 지역문학관이 세워져 있었다. 지역의 삶과 정신을 얽는 지역문학관에 걸맞게 보였다.

대구·인천·대전 광역시의 문학관 지원 1년 예산 규모가 각 6억~6억 5000만 원에 이르는 사실은 놀라웠다. 이 정도 규모는 2020년 부산시 예산안에서 문학 관련 전 12개 사업 예산 총액(8억 2000여만 원)의 75% 수준으로 파격적이다. 대구문학관은 6억 5000만 원, 대전문학관은 6억 2000만 원, 한국근대문학관은 6억 원이다. 울산시 울주군이 직접 운영하는 오영수문학관은 3억 원이다. 이렇게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것 자체는 시정(市政)이 지역문화의 중핵으로서 문학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장은 “인천은 소장 자료 측면에서 국내 최고 근대문학관을 지향하고 있다”고 했고, 이종문 대전문학관 운영팀장은 “우리는 지역문학을 아우르는 전국 최초의 종합적 지역문학관”이라고 자랑했다. 이성호 대구문학관 팀장은 “우리는 근현대와 한국전쟁기의 웅숭깊은 대구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문학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문학관 설립 계획조차 없는 부산시와 달리 같은 광역시인 대구·인천·대전의 지역문학관은 6억~6억 5000만 원의 1년 예산을 투입해 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와 사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었다. 대전문학관의 전시 내용과 관계자의 설명 모습. 부산문학관 설립 계획조차 없는 부산시와 달리 같은 광역시인 대구·인천·대전의 지역문학관은 6억~6억 5000만 원의 1년 예산을 투입해 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와 사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었다. 대전문학관의 전시 내용과 관계자의 설명 모습.

이들 문학관의 지향과 자랑은 시민과 자치단체장의 의지, 지역 문인들의 결의, 문화일꾼의 탁월한 식견이 행복하게 만난 줄탁동시의 결과로 읽혔다.

각 문학관의 인원 할당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대구문학관 6명, 대전문학관 4명,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3명, 울산 오영수문학관 3명(기간제 1명 포함)이다. 인력은 문학관 운영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각 문학관에서는 문학자료 구축, 연 2~3차례 기획전, 연중 이어지는 교육·행사 프로그램을 이들 인력이 감당하고 있었다.

오영수문학관에서는 2016년 개설해 10여 명을 등단시킨 난계창작교실이 유명하고,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3개 시리즈(인문학·한국문학·세계문학) 특강과 북 콘서트 등이 알려져 있으며, 대구문학관에서는 행사 때 1시간 전부터 객석을 가득 채우는 낭독공연, 근대골목과 연계한 대구문학로드 투어 등이 인기가 많다. 인천 한국근대문학관(2019년)과 대전문학관(2018년)은 한국문학관협회의 ‘올해의 최우수 문학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울산 오영수문학관 이연옥 관장은 문학관 운영 공로로 2019년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문학관이 박물관·도서관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학과 시민 문화 공간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다. 인천의 경우, 개항장 거리를 아트플랫폼-북플랫폼-뮤직플랫폼의 3박자가 어우러지는 곳으로 만들고자 하면서 한국근대문학관을 문화 거점으로 삼고자 하고 있었다. 그 점에서는 대구문학관, 대전문학관, 울산 오영수문학관도 다르지 않기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운영 형태를 보면 인천과 대전의 경우, 인천문화재단과 대전문화재단이 각 운영하고 있으며, 대구의 경우 대구문화재단이 6년간 운영하다가 올해부터 3년간 대구작가콜로퀴엄이 위탁운영에 들어갔다. 울산 오영수문학관의 경우 울주군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개관 후 8개월의 시행착오를 거치고서 공모를 통해 전문가 관장을 영입했다. 광역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문화재단을 통해 문학관 운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기하고 있는 것이 주도적 흐름이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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