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학관 세우자] 중. 광역시 문학관 전시 방향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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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드러내는 문학관 색깔, 도시 정체성만큼이나 달랐다

대구 대전 인천의 지역문학관은 지역문학에 대한 관점과 강조점이 개성적이었다. 사진은 대구 문인 57명(47+10명)을 조명한 기획전 ‘대구문학 4710’을 설명하고 있는 대구문학관 이성호 팀장. 대구 대전 인천의 지역문학관은 지역문학에 대한 관점과 강조점이 개성적이었다. 사진은 대구 문인 57명(47+10명)을 조명한 기획전 ‘대구문학 4710’을 설명하고 있는 대구문학관 이성호 팀장.

지역문학관의 전시 방향은 그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어떤 성격의 전시를 하고 있느냐, 대구·대전·인천의 지역문학관은 개성적이었고 문제적이었다. 대구와 대전은 ‘지역’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편차가 있었고, 인천은 ‘한국근대’가 주(主)를 이루는 가운데 ‘지역’은 딸림이었다. 이런 데서 그 도시 성격과 문화사가 드러나는데 과연 지역문학관은 그 도시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요컨대 장차 부산문학관은 어떤 얼굴을 그리게 될까, 도시 부산의 내면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인천

2만 점 문학 컬렉션 토대로

지역보다 ‘한국 근대’에 비중


▶대구

이육사 등 ‘범대구 문인’ 포함

지역 외연 확장에 무게 중심


▶대전

지역서 줄곧 활동한 작가 중심

지역 자체에 더 깊이 천착


인천은 문제적이었다. 인천은 ‘인천문학관’이 아니라 ‘한국근대문학관’을 내걸었다. ‘지역’이 아니라 ‘한국근대’를 문제 삼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인천이라는 위치가 서울의 중력에 포섭되면서 문학의 지역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 수도권 제1의 개항도시이자 뻗어가는 인천시의 기운으로 한국근대를 과감히 안겠다는 자신감의 선포인 것이다.

저간의 사정은 이랬다. 문학평론가 최원식이 인천문화재단 대표로 있던 2007년 당시 인천시장을 설득해, 국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2만 점 문학 컬렉션’을 인천시가 매입했다. 거기서 인천은 국내 최고의 아카이브를 자랑하는 ‘한국근대문학관’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역인 ‘인천’에 대한 비중은 3분의 1 정도라고 할까. 문학관 2층에 할애된 ‘인천 근대문학’ 특별전시 공간, 연중 개최하는 ‘인천, 이야기가 되다’ 같은 특별전을 통해 인천문학에 관한 관심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천은 주류 문학의 주변부인 대중 문학에 대한 상설전을 하는 것도 특징이다. 많은 소장 자료가 있어 도출할 수 있었던 관점이다.

인천에 견주어 대구와 대전은 ‘지역’을 더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두 도시의 방식은 달랐다.

먼저, 대구문학관은 대구가 조선 시대 경상감영이 있던 영남의 본거지일 뿐 아니라 근대문학의 중핵을 이루면서 1950~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문화 중심도시였다는 ‘전통의 자부심’을 세우려 하고 있었다. 대구는 지역문학사의 핵심 인물로, 상설전 ‘명예의 전당’에 1920년대 서로 친구지간이었던 소설가 현진건, 시인 이상화·이장희를 ‘빛나게’ 배치하고 있었다. 그들 ‘명예의 문인’을 통해 대구문학사는 한국문학사와 소위 ‘보편적 교집합’을 만들면서 관람객에게 ‘대구의 굵은 전통’을 느끼게끔 목적하고 있었다.

이들 3명을 포함해 1960년대까지 지역 대표 문인 47명은 대구문학관 전시의 요체다. 2014년 개관 이전부터 많은 공력을 들여 선정한 47명은 이육사 박목월 조지훈 백신애 김동리 유치환 이호우 이영도 김춘수 구상 하근찬 이오덕 등이다. 대구 대표 문인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대구 출신과 대구를 거쳐 간 이들을 아우른 ‘범 대구 문인’이랄 수 있다. 대구문학관 전시는 지역문학의 피와 살이 한국문학과 만나는 접점을 찾는 그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지역의 확장’에 방점이 놓인 듯했다.

대전은 대구와 다소 다르게 ‘확장이냐, 집중이냐’를 놓고 대전 자체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전은 1905년 경부선 개통 후 근대도시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전통이 엷었다. 그래서 외려 지역에 대한 조명이 두꺼웠다. 대전문학의 뿌리로서 박팽년 신흠 송시열 등 조선 시대 문인 5명을 조명한 것은 ‘엷음을 보완하는 전통의 장치’로 읽혔다.

근대 이후 지역문학에 대한 집중은 두 가지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첫째는 대전에서 줄곧 활동한 이들로 지역 문인 범위를 압축시킨 것이다. 상설전의 핵심적인 부분인 ‘대전 5대 문인’이 그것이다. 시인 박용래·정훈·한성기와 소설가 권선근·최상규는 대전을 뿌리 삼아 글을 쓴 문인들이다. 상설전의 한 부분인 ‘대전문학의 발자취’ 내용도 녹록찮다. 둘째는 매년 3회 개최하는 기획전은 대전문학과 대전 작가 소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문학 프리즘 다양성의 세계’ ‘대전아동문학회 소개전’ 등이 그것이다. 그렇게 대전은 대구와 달랐다.

지역문학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는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쓸 것인가와 연결된 문제다. 그것은 간단치 않으나, 부산과 부산 문화가 도전과 응전 속에서 마땅히 그려내야 할 ‘지역 르네상스’의 그림일 것이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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