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극계 성평등 위한 Safe On Stage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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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극계의 성평등한 창작환경을 위한 자치규약 ‘세이프 온 스테이지’ 프로젝트 보고회가 지난달 25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소극장6번출구에서 열렸다. 부산 연극계의 성평등한 창작환경을 위한 자치규약 ‘세이프 온 스테이지’ 프로젝트 보고회가 지난달 25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소극장6번출구에서 열렸다.

성평등한 창작 환경을 위한 부산 연극계 자치규약 ‘세이프 온 스테이지’가 나왔다.

부산문화재단은 ‘2020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부산 연극계 자치규약 프로젝트 결과 보고회 ‘연극살롱-세이프 온 스테이지’를 최근 개최했다. 극단 코코퍼포밍의 무언극으로 문을 연 이날 보고회에서 부산 연극 관계자 5인이 무대에 올라 ‘세이프 온 스테이지’의 주요 내용을 낭독했다.


안전 창작 위한 자치규약 발표

제작 모든 과정 실천 사항 명시


이번 자치규약 프로젝트의 취지는 2018년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 이후 부산연극계에 안전하고 평등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부산문화재단은 지역 연극계 관계자들과 미국 CTS(시카고 씨어터 스탠다드)를 모델로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극단별 워크숍 등을 거쳐 부산 연극계 상황에 맞는 규약으로 완성했다.

프로젝트 진행을 맡은 송진희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공동대표는 “올해 연극의 해를 맞아 한국공연예술 자치규약이 발표되기도 했다. 부산도 안전, 존중, 소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작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약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세이프 온 스테이지’는 줄여서 ‘S.O.S’로 부른다. 강제 규약은 아니지만 작품 전 단계부터 오디션, 계약, 연습, 리허설, 분장실, 공연, 뒤풀이 등 제작 전 과정에 걸쳐 실천 사항을 명시했다.

‘작품에 사회적 약자(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를 희화화하거나 성적 대상화 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는지 검토한다.’ ‘신체적·정신적 불편함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공연 관람 후 SNS나 커뮤니티 등에 제작진이나 배우를 향한 혐오 표현, 성희롱 발언이 게시되었다면 제작 주체가 나서 적극 대처한다’ 등 단계별로 구체적 실천 사항이 들어 있다.

이날 배포된 S.O.S 자료집에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핫라인 운영과 대응 지침, 극단·피해자·가해 지목인·구성원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Q&A와 성희롱·성폭력 체크리스트, 피해지원 기관 연락처도 함께 들어있다. S.O.S는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고, 단체에 따라 적절히 변형해서 적용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극단 새벽의 변현주 대표는 “워크숍을 끝내고 극단 자체 내부 규약을 만들고 있다. 내가 쓰는 언어,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다”며 경력이 있고, 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우선적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연극에서는 연출의 권위가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이전의 지시형·권력형 연출에서 조금 다른 민주적 방식과 수평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적 보호 시스템 밖에 있는 프리랜서가 많은 예술계 상황을 고려해 계약 과정에서 S.O.S를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극단 창작은혁명의 심혜림 배우는 “계약서에 S.O.S를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극단 자체의 자치규약을 계약서에 첨부하고 반추 시간을 갖는다는 조항을 넣으면 연습 시간에 쫓기느라 못 챙긴 점들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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