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인터뷰 오역한 언론…"할리우드 '동경' 안해"가 "'존경' 안해"로
황석희 번역가 "존경이 아니라 동경으로 옮겨야"
"'존경하지 않는다' 번역하면 무례한 사람 만드는 것"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 들어올린 배우 윤여정. 로이터연합뉴스
한국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의 인터뷰를 국내 언론들이 줄줄이 오역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국내 언론들은 윤여정이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할리우드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각종 연예매체는 물론 공신력 있는 종합일간지와 방송·통신사들은 윤여정이 27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 아시안 아메리카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오면 한국에 있는 분들은 제가 할리우드를 존경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할리우드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이어 "제가 (미국에) 계속 오는 이유는 내가 미국에 와서 일하게 되면 (미국에 거주하는) 아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윤여정의 인터뷰 원문을 봤을 때 할리우드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는 윤여정의 인터뷰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오역해 보도한 국내 언론들. 포털사이트 네이버 캡처
영화 번역가 황석희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헤드라인을 보자마자 윤여정 선생님이 쓰신 표현은 respect(존중·존경하다)가 아니라 admire(동경하다)라고 직감했다"고 적었다.
실제로 NBC 인터뷰를 확인한 결과 윤여정은 "When some project comes from America, people in Korea think I admire Hollywood. No, I don't admire Hollywood"라고 말했다. 여기서 사용된 admire이라는 표현은 '존경'이 아니라 '동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황 번역가의 지적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영어사전에서는 admire를 '존경하다'로 해석하고 있으나, '감탄하다', '탄복하다' 등의 의미도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영영사전에서는 admire에 대해 '누군가 혹은 무언가로부터 매력과 기쁨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누군가의 행동을 존중(respect)하고 인정하다'는 뜻도 있다.
즉 윤여정의 발언을 사전적 의미로는 '존경한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문맥상 '동경한다'가 자연스러운 해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번역가는 윤여정의 이 발언을 "미국 작품을 맡으면 한국에선 내가 할리우드를 동경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난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라고 번역해야 한다며 "존경이 아니라 동경으로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존경(존중)하지 않는다고 번역하면 disrespectful(무례)한 사람으로 만드는 겁니다"라며 언론의 오역이 낳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 번역가의 지적에 번역과 통역에 능통한 안현모 전 SBS 기자도 '좋아요'를 누르는 등 공감의 뜻을 밝혔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