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선 월드컵보다 더 뜨거운 관람 논쟁
오전 10시 시작하는 멕시코전
수업 한창인 2~4교시에 해당
기말고사 앞 학습권 강조부터
학교장 재량 관람까지 제각각
현장 체험 계획서 내고 결석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린 12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막 전까지만 해도 역대급 ‘무관심 월드컵’이라는 오명을 썼던 이번 월드컵의 분위기가 국가대표팀의 체코전 승리 이후 180도 반전됐다. 전국적으로 축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평일 오전과 낮 시간대에 몰린 경기 일정 탓에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월드컵 경기 시청을 두고 팽팽한 찬반 논란이 교차한다.
■멕시코전 오전 10시 ‘애매하네’
학교 현장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애매한 경기 시간이다. 지난 체코전의 경우 오전 11시에 킥오프한 덕분에 일선 학교에서는 4교시 수업과 점심시간을 적절히 활용해 재량껏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다. 수업을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후반전부터는 경기를 볼 수 있어 학생들의 불만은 적었다. 게다가 이 때만해도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하지만 다가오는 멕시코전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일선 교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업이 한창인 2~4교시 시간대라 수업 결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부산 동래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국가대표 경기를 보며 느끼는 소속감과 스포츠맨십도 훌륭한 교육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들의 동의를 구한 뒤 ‘과자 파티’를 겸해 단체 관람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고등학교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1학기 기말고사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교사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국가적 축제인 만큼 유연하게 대처해 애들이 스트레스도 풀고 교육적 효과도 누리게 하자”는 유연한 입장과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에 수업 결손은 절대 안 되며, 학생의 본분인 교육과 학습권이 우선”이라는 강경한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구에 열광하는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아예 ‘현장체험학습’ 계획서를 제출하고 합법적으로 학교를 결석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체험학습 제도를 활용해 집이나 외부에서 마음 편히 경기를 시청하겠다는 것이다. 부산 연제구의 한 중학생 학부모는 “아들 성화에 못 이겨 체험학습을 내고 같이 응원을 한 뒤 현장체험학습의 목적인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가적 이벤트 VS 학습권 갈등
이러한 교실 내 시청 논란은 급기야 학생들의 집단 반발과 학내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최근 경북 예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내 월드컵 경기 시청을 둘러싸고 재학생들이 성명문을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학교의 일부 학생들은 대자보와 성명문을 통해 “수능과 내신을 앞둔 상황에서 일방적인 경기 시청 강요는 엄연한 학습권 침해이며 소음으로 인해 자습마저 불가능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학생들은 “국가적 행사를 함께 시청하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것도 경험”이라며 맞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 사건은 각종 커뮤니티로 퍼지며 네티즌은 물론 교육 현장에서도 “다같이 즐기는 축제인데 너무 각박하다”는 의견과 “원치 않는 학생에게 시청을 강요하는 것은 안된다”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은 “각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기에 예전부터 월드컵이나 올림픽 시청은 수업 진도, 구성원의 의견 등을 고려해 학교장의 재량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