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료 상조회비 3400만 원 꿀꺽, 소방본부는 까맣게 몰랐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기금 담당자
부산시 종합감사 시작되자 자수
국가직 전환·코로나 유행 이유
소방본부, 10년간 감사 안 받아
시, 감사 기간 늘리고 징계 예고
부산소방재난본부 소속 직원이 동료 소방관들의 상조회비 수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직위해제되고 경찰에 고발됐다. 부산시가 10년 만에 진행 중인 종합감사 과정에서 소방본부 내부 비위가 드러나면서, 장기간 이어진 ‘감사 공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부산소방재난본부 직원 A 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소방본부 내 상조회 기금을 관리하는 담당자다. 그는 직원들이 매달 적립해온 상조회 기금과 경조사비 적립금 등 공금 약 34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범행은 부산시 감사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드러났다.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달 11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하며 소방본부에 회계 관련 자료 등을 요구했다. 시의 감사가 시작되자 이에 압박을 느낀 A 씨는 소방본부 감사실에 자진 신고했다. 소방본부는 A 씨를 ‘소방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고발 지침’에 따라 직위해제하고 연제경찰서에 고발했다.
시 감사위원회와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감사는 2016년 8월 진행된 종합감사 이후 약 10년 만이다. 부산소방본부에 대한 부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는 매년 열리긴 했지만, 이는 의회 견제 성격이 강할 뿐 예산·인사·회계 전반을 점검하는 시 감사위원회 종합감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소방재난본부에 대한 감사 공백은 2021년 소방직 국가직 전환 과정에서 감사 권한 해석 혼란과 코로나19 사태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시 관계자는 “소방재난본부의 예산과 인사 권한은 부산시장에게 위임돼 있어 감사는 부산시가 하지만, 중간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불가피하게 종합감사가 장기간 비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부산소방에서는 크고 작은 비위가 잇따랐다. 2020년 말 소방청 감찰에서는 부정 수당 수령과 평가 전횡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관련자가 직위해제됐다. 지난해에는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과 인사 비위가 드러나 징계 처리됐다. 당시 인사 담당 부서 계장과 주임은 본부 전입 인사를 앞두고 심사위원들에게 특정 직원에 좋은 점수를 주라는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감찰처분 심의위원회에서 계장은 중징계, 주임은 경징계를 받았다.
2025년 부산소방재난본부가 부산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성실의무 위반 △금품수수 △성범죄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직무태만 △폭행 등 다양한 징계 사유가 담겼다.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징계 인원도 14명에 달해, 2024년 전체(5명)의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 감사위는 당초 이달 초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자료 제출 지연 등을 이유로 감사 기간을 6월 말까지 연장했다. 시 감사위는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감사 결과를 토대로 A 씨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담당 직원의 횡령 혐의를 인지하고, 즉각적인 직위해제와 수사기관 고발 등 엄정 조치했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부산소방 상조회 회계관리 투명성 강화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