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동에 불편 겪지 않는 도시, 시민이 디자인한다 [부산은 열려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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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이동 약자 포용하는 도시

시민공감디자인단 구군별 운영
5개 분야 미래디자인단도 출범
생활 속 문제 발굴·해결책 강구
장애인 등 교통·보행권에 주목

부산뇌병변복지관 장애인들이 장애인 시티투어버스 나래버스를 이용하는 모습(위)과 시민공감디자인단 활동 모습. 부산디자인진흥원·부산뇌병변복지관 제공 부산뇌병변복지관 장애인들이 장애인 시티투어버스 나래버스를 이용하는 모습(위)과 시민공감디자인단 활동 모습. 부산디자인진흥원·부산뇌병변복지관 제공

부산을 모두에게 활짝 열린 도시로 디자인한다면, 그 디자인의 주체가 시민이라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게 될까.

‘모두를 포용하는 도시,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주제이다. 세계디자인수도(WDC)는 세계디자인기구가 디자인을 통해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에 부여하는 지위이다. 부산은 지난해 7월 11번째 WDC로 선정됐고, 2028년까지 도시의 디자인적 변화를 보여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함께 만드는 도시 디자인

WDC 선정 도시 중 시민이 직접 참여해 공공서비스 디자인의 변화를 끌어낸 도시들이 있다.

핀란드 헬싱키(2012)는 ‘오픈 헬싱키’라는 주제로 시각장애인이나 노약자가 공공기관·대중교통 이용 시 겪는 불편함을 시민 참여형 디자인으로 해결했다. 프랑스의 릴 메트로폴(2020)은 디자인을 공공서비스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정의하고, 시민이 직접 디자인 프로젝트 주체가 되어 스마트폰 앱 없이도 시각장애인이 소리로 길을 찾을 수 있는 촉각·음향 안내 시스템을 도심 곳곳에 시범 설치했다.

시민이 직접 생활 속 문제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발굴하고 해결책을 찾는 실험은 부산에서도 진행 중이다. WDC 선정을 계기로 규모를 키운 시민참여 프로그램 ‘시민공감디자인단’과 ‘미래부산디자인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재)부산디자인진흥원은 16개 구군별로 2026 부산시민공감디자인단을 운영 중이다. 미래부산디자인단은 시민공감디자인단의 확장된 버전으로, 키즈 디자인랩·영 웨이브 디자인단·유니버설 디자인단·시니어 디자인단·WDC 홍보단 5개 분야로 출범했다.

부산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함께해요디자인’ 캠페인을 통해 총 810건의 시민 의견을 모았는데, 이 중 교통·보행 안전 관련 이슈가 약 80%에 달했다. 시민공감디자인단 정진섭 씨는 “부산은 인도가 좁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이동할 때 피로도가 많이 느껴진다”라며 “고령층 이동 속도를 고려한 교통신호 등 성별·나이·국적과 같은 차이가 차별로 느껴지지 않는 도시 디자인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지난해 부전시장 진입로 전통시장 보행 안심구역 조성 사업에 참여했는데, 그가 현장에서 느낀 전통시장 보행로 안전 문제는 올해 시민공감디자인단 부산진구의 디자인랩 활동 주제로 제안됐다. 시민공감디자인단은 고령화 사회 보행·교통 개선, 길거리 쉼터 조성 등 시민 일상과 관련된 주제를 구군별로 2개 씩 선별해서 디자인적 대안을 찾을 예정이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이현정 도시공공디자인팀 파트장은 “시민공감디자인단을 구군별로 100명씩 1600명으로 구성하고, 내년에 지능형 시민참여 공공디자인 진단 시스템을 만들어 시민의 의견에 공공데이터를 연결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미래부산디자인단도 의견을 더한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은 이달 말 시민공감디자인단 40명을 대상으로 퍼실리테이터 교육을 진행해, 시민이 시민공감디자인단을 이끄는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이 파트장은 시민의 디자인 제안이 공공데이터와 만나 구군별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포용하는 글로벌 부산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두가 안전하고 품격 있게 누릴 수 있는 ‘포용적 도시 부산’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이동하는 데 불편을 겪지 않아야 한다. 이동권은 선택이 아닌 기본권이며, 자유로운 이동 속에서 도시와 도시민의 생각도 더 열릴 수 있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부산은 어떤 도시일까. 강기문 씨는 “부산에는 장애인 외에도 거동불편자, 고령자 등이 많은데 교통수단이 부족하면 결과적으로 이동에 대한 부담을 가족이 지게 된다”라며 “이동은 사회생활의 필수 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탈 때 시민들이 ‘같이 타고 갑시다’라고 말해준다면 더 큰 변화의 시작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강 씨는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안내 앱 ‘웹버스’를 개발했다. 그는 “장애인콜택시 두리발이 있지만 이용자 수에 비해 차량 숫자가 적고, 저상버스는 정류소 정비가 안 되어 있어서 탑승 불편 등 이용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강 씨는 “행정·교통·서비스 시설물을 고령자·어린이 등 모두가 편하게 정비한다면 결과적으로 누구나 머무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내가 부산을 디자인한다면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황도겸 씨는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미래부산디자인단에 가입했다. 황 씨는 “경사지가 많은 부산에 접근성을 높이는 디자인을 도입하면 도시 공간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WDC 선정이 부산만의 특색을 살린 도시 디자인의 발전을 견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부산에 살고 부산을 잘 아는 시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서대학교 양성용 디자인학부 환경디자인전공 교수는 “도시 디자인 정책에 있어 시민이 낸 의견을 받아서 정책적으로 발전시키는 후속 작업을 종합적이고 일관된 흐름 속에서 진행하고, 공공디자인 진행 이후 사후 평가를 받는 과정도 중요한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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