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농장 동물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합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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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우리에 갇혀 살아가는 농장 동물들
'살충제 계란' 사태, 공장식 축산 폐해 드러나
동물복지 축산농장 늘지만 아직 낯선 개념
"동물이 건강해야 사람도 안전하고 건강해"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자유롭게 풀어놓은 양돈농가의 돼지들. 이미지투데이 자유롭게 풀어놓은 양돈농가의 돼지들. 이미지투데이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기억하시나요. 달걀에서 사람에게 해로운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나와 전 세계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습니다.

어쩌다 계란에서 살충제가 나온 걸까요? 알을 낳는 닭에게 벼룩이나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썼기 때문입니다. 자연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닭은 흙에 몸을 비비는 ‘흙 목욕’을 하면서 몸에 묻은 진드기를 떼어냅니다. 하지만 좁은 철창 안에 갇힌 닭들은 흙 목욕은커녕, 깃털을 제대로 정리할 수조차 없죠. 그러니 살충제를 뿌렸고 닭이 낳은 달걀에서도 살충제가 나온 겁니다.

‘피프로닐’이란 살충제는 인체에 흡수되면 구토와 복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랜 기간 노출될 경우엔 장기를 손상시킬 수도 있고요. 이 때문에 소나 돼지, 닭처럼 식용으로 쓰이는 동물에겐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농가에선 손쉽게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흔히들 써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소비자들도 큰 충격에 빠졌는데요. 식약처는 ‘하루에 126개 달걀을 먹어도 문제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찝찝함은 남았습니다.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경남도 축산진흥연구소 직원들이 성분 검사를 위해 계란을 수거해가는 모습. 당시 정부는 3000마리 이상 규모의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전수검사에 돌입했습니다. 부산일보 DB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경남도 축산진흥연구소 직원들이 성분 검사를 위해 계란을 수거해가는 모습. 당시 정부는 3000마리 이상 규모의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전수검사에 돌입했습니다. 부산일보 DB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공장식 축산’에 대한 성찰이 일었습니다. A4용지 한 장보다 좁은 곳에 닭을 가둬놓고 알을 낳도록 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고요. 실제 산란계는 한 마리당 0.05㎡의 공간에서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기계처럼 알을 낳았는데요. 2018년 기준이 0.075㎡로 늘었지만, 여전히 너무 좁은 공간이죠.

이런 사육장을 ‘배터리 케이지’라고 부르는데요. 케이지를 3~4단으로 쌓은 모습이 대포를 정렬한 포열(battery)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이런 좁은 곳에서 평생을 보내는 산란계는 뼈가 부러지기도 하고, 심하게 깃털이 빠지기도 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유럽은 1999년부터 산란계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2012년엔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반할 때는 계란 판매를 할 수 없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시작됐으니, 아무리 제도가 잘 갖춰져도 현실에서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좁은 닭장에 갇힌 산란계는 알 낳는 기계처럼 평생을 살아갑니다. 동물자유연대 좁은 닭장에 갇힌 산란계는 알 낳는 기계처럼 평생을 살아갑니다. 동물자유연대

닭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양돈농가의 돼지도 ‘스톨(stall)’이라 불리는 작은 철창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스톨의 크기는 대개 가로 60cm, 세로 210cm 수준. 새끼를 밴 어미 돼지는 스톨에 갇혀 새끼를 낳고 다시 임신하기를 반복합니다. 다행히, 지난해 1월부터 스톨 사육이 제한적으로 금지됐는데요. 교배한 날로부터 6주가 지난 어미 돼지는 스톨에서 사육을 못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임신 후 6주 동안은 다른 돼지들과 분리된 공간에서 사료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스톨에서 사육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좁은 곳에 가둬놓고 키우는 이유는 생산 효율성 때문입니다. 더 많은 동물을 더 빨리 키워내기 위해서죠. ‘공장식 축산’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풀어놓고 키우면, 관리도 힘들 뿐더러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겁니다.

그럼에도 농장동물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2년 산란계부터 시작해 2013년엔 양돈, 2014년엔 육계, 2015년엔 젖소·한육우·염소, 2016년엔 오리 농장까지. 적용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 인증 받은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337곳. 동물복지 축산농장에서 사육되고 동물복지 운송‧도축을 거쳐 생산된 축산물에는 ‘동물복지 축산물’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2018년 198개소에 불과하던 동물복지농장은 2021년 337개소로 늘었습니다. 농가들도 점차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2018년 198개소에 불과하던 동물복지농장은 2021년 337개소로 늘었습니다. 농가들도 점차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농장동물에 대한 복지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한 달걀·고기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고는 있지만, 비싸다는 이유로 고민 끝에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 경우가 많죠. 동물복지 농장이 더 많아진다면 소비자들도 조금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동물자유연대는 ‘케이지 프리(cage free) 코리아’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케이지 프리’를 선언하는 기업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기업의 케이지프리 선언은 케이지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을 제품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풀무원은 2018년 유통 중인 식용란 제품을 10년 안에 모두 동물복지 달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풀무원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2028년이면 마트에서 동물복지 달걀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겠죠? 포시즌스 호텔과 메리어트 호텔도 2018년 케이지프리 선언을 했습니다. 이들 호텔은 2025년까지 국내뿐 아니라, 본사를 포함한 해외 지점에서 케이지 프리를 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와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역시 2019년 케이지 프리에 동참했는데요. 서브웨이는 2025년까지, 스타벅스는 2029년까지 약속을 이행하기로 했습니다.

케이지 프리에 동참한 이들 브랜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죠. 영향력 있는 기업이 케이지 프리에 동참하면 할수록, 농가들도 점차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겁니다. 어쩌면 몇 년 뒤엔 동물복지 농장이 더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축산 농가 동물도 조금 더 자유를 누릴 수 있겠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다면, 그 미래는 조금 더 빨리 다가올 겁니다.

좁은 케이지가 아닌 자연에 풀어놓고 키우는 닭들은 벌레를 잡아 먹고 흙 목욕을 하고 마음껏 날갯짓도 할 수 있어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좁은 케이지가 아닌 자연에 풀어놓고 키우는 닭들은 벌레를 잡아 먹고 흙 목욕을 하고 마음껏 날갯짓도 할 수 있어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어차피 식용으로 먹는 동물의 복지까지 생각해야 하나’라고 의문을 갖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농장동물 복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 글로 답을 대신합니다. “쾌적한 사육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 농장동물의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면 동물이 건강해집니다. 건강한 동물로부터 생산되는 축산물은 안전합니다.”


편집국 고양이들 소식 전합니다. 우주와 부루는 평생 집사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시작 때 언급했듯, 편집국 내에서 우주와 부루의 평생 반려자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이기도 했는데요. 다음 주는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이야기, 편집국 고양이들의 입양 소식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우주와 부루의 일상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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