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수목원, 스트레스와 피로 푸는 조용한 안식처
해발 750~1100m 경남 서북부 산간 내륙에 몸과 마음을 자연 속에서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경남 합천군 황매산 수목원이다. 황매산 수목원은 2018년 11월 개원했다. 떠들썩한 홍보 없이 방문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목원은 21만m²(약 6만 5000평)의 넓은 부지에 2000여 종의 야생화와 동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방문자센터에서는 황매산 일원의 자생식물 유전자원의 보전과 복원 등 자연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17개소의 주요 테마원 안내도 들을 수 있다.
먼저 무질서한 방문자센터 앞 고령목(수령 70년) 양버즘나무를 만날 수 있다. 개원한 지 3년 된 수목원의 역사에 비해 오래된 고목이다. 양버즘나무의 사연은 방문자 세터에서 들을 수 있다. 2018년 폐교된 용호초등학교에 있던 나무를 수목원에 새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새 생명을 얻은 양버즘나무는 수목원의 어떤 나무보다 우람하게 국자 모양 초록빛을 발한다. 별 관측으로 유명한 황매산의 정취를 살려 북두칠성 모양으로 배식했다.
또 영화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음지식물원을 볼 수 있다. 음지식물은 양지 식물에 비해 호흡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이고 잎이 넓고 얇으며 그 수가 적다. 버드나무 숲 그늘 아래로 덩굴 개별꽃, 산자고, 선괭이눈 등 80여 가지 야생화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습도를 가진 이곳에서 넓게 퍼진 풀냄새와 나무 냄새가 주는 상쾌함을 온전히 들이마실 수 있다. 특히 주변보다 어두운 음지식물원에서는 식물들이 주는 묘한 안락함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황매산 수목원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도 마련했다. 그중 숲 속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나무 놀이터는 아이들과 함께 동심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곳이다. 나무놀이터의 목재는 로비니아(아까시나무)로 방부와 약제 처리를 전혀 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원목 그대로 친환경 재료다. 자외선 및 습기로부터 들뜨지 않아 자연스러운 나뭇결을 유지하고 곰팡이나 해충에 강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이 뛰어놀 때 나무와 함께 부대끼며 자연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적합한 장소이다.
수목원의 나무 탐방로를 따라 시원한 숲 속 길을 올라가다 보면 마침내 해발 760m의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황매산의 풍경은 산행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종이비행기 모양의 전망대 한가운데서 고개를 조금만 들면 높은 고도를 실감하며 하늘을 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파른 경사를 가진 황매산 수목원에서만 볼 수 있는 독보적인 장관이다.
합천군은 황매산의 계절별 자연을 그대로 담아 천천히 가꾸어 나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가면서도 수목원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 인공 조형물이나 표지판, 사인보드 등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제거해 자연 그대로의 수목원을 가꾸려는 직원들의 세심한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황매산 수목원은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화요일에서 일요일(입장시간 : 오전 9시~오후 5시,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이 가능하다. 문의는 농업기술센터 황매산 관리담당(055-930-4758~9)으로 연락하면 된다.
합천군 산림과 정대근 과장은 “바쁜 일상 속에서 나와 여유롭게 걷고 체험하며 다시 생각 나는 마음속의 장소가 되는 데 주력하여 수목원을 조성하고 있다”며 “가족들과 함께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말했다.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